문재인 대통령이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전체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은 신북방정책의 비전을 갖고 있다. 신북방정책은 극동지역 개발을 목표로하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신북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극동이다." (문재인 대통령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극동지역을 핵개발로 한반도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 지대'와 공동 개발·투자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경협 지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6일과 7일 이틀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국빈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7일 현지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의지를 점점 구체화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포럼 기조연설에서 "나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나갈 것을 제안한다"면서 "9개 다리는 조선, 항만, 북극항로와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극동지역에 관한한 한국과 러시아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하며 러시아측의 동참을 적극 유도했다.
문 대통령은 "동토였던 이곳은 러시아인의 땀과 한국인의 땀이 함께 떨어져 따뜻한 땅으로 변했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의 백두산까지 넘나들던 호랑이를 떠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기상이 시베리아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내 이름 문재인의 '인(寅)'자도 호랑이를 뜻한다. 극동과 사할린을 문학에 담아낸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을 한국인은 매우 사랑한다. 한국의 근대소설가 이광수의 작품 '유정'은 시베리아와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9개의 다리'에 속하는 분야는 양국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가스와 전기 등 러시아의 광활한 자원은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한국에겐 더 없이 중요한 협력분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가 주도해 동북아의 에너지 공동체를 만드는 개념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단순히 에너지 차원의 협력을 넘어 유럽연합(EU)처럼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 안보체제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물류체계도 극동을 활용하면 '획기적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삼성 세탁기를 유럽에 보낼 경우 배를 이용하면 40일이 걸리지만 횡단철도를 이용할 경우 8∼9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앞서 내놓은 '신북방정책 추진의 기회와 위협 요인' 보고서에서 "신북방정책은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의 대외경제협력정책과 상당한 접점이 있는 만큼 우리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신북방정책을 통한 유라시아 진출은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자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극동지역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돼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우리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전략 지점인 극동지역에서의 공동 협력 모색은 향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나는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야심찬 사업들이 당장 실현되긴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