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대구에 멤브레인 공장을 짓고 수처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
사업 다각화에 나선 석유화학업계가 '만물의 근원'에 도전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물산업클러스터에서 멤브레인 공장을 착공했다. 3만2261㎡부지에 55만㎡ 규모의 공장으로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다. 지난 8월 석유화학협회 사장단 조찬간담회를 마친 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은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물산업 클러스터에 건설하는 수처리 멤브레인 공장은 2018년 가동을 시작할 것"이며 신사업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에틸렌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갖춘 롯데케미칼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수처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 수처리 분야 분리막 제조기술연구를 시작했고 2015년 삼성SDI의 수처리 멤브레인 기술을 인수하며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멤브레인은 물 안의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반투명 필터로 하수나 폐수 처리에 활용된다. 롯데케미칼은 '중공사'라는 미세한 실을 수없이 교차시킨 뒤 그 사이로 물을 통과시켜 불순물을 거르는 중공사 방식의 멤브레인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간 연구소 내 설치된 파일럿 생산시설만 가동해 사업 확장이 어려웠던 롯데케미칼은 500억원을 투자한 이 공장을 계기로 시장 진입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공장 가동 후 연간 3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수처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물은 자연생명의 원천으로 여겨지지만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 탓에 깨끗한 물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국제 연합 환경 계획(UNEP)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3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2/3가 물 부족 국가에 살게 될 전망이다. 물 부족 국가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UN은 리비아, 모로코, 폴란드, 벨기에, 아이티 등과 함께 한국을 물 부족 국가군을 지정했다.
때문에 깨끗한 물을 만드는 수처리 사업의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물사업 조사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는 지난해 7139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수처리 시장이 올해 7386억 달러, 2020년 8341억 달러(약 9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보니 롯데케미칼 외에도 LG화학, 효성, SK케미칼 등이 수처리 사업을 하고 있다. 수처리 분야 기초연구를 진행하던 LG화학은 2014년 미국 수처리 필터 제조기업 나노H2O를 인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고 기초소재·고분자 합성기술 등 기존 사업에서 가지고 있던 강점을 살려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했다.
LG화학이 선택한 수처리 방식은 물을 미세한 막에 투과시켜 거르는 역삼투 분리막(RO) 방식이다. 조금의 불순물도 없어 반도체 웨이퍼도 세척할 수 있는 '초순수(극히 순수한 물)'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자사 제품에 대해 LG화학은 "해외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수질(水質)이 25% 이상 우수하고 염분 제거율도 99.8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효성은 머리카락 굵기 1/1200 크기 구멍이 뚫린 빨대모양의 막을 다발로 엮어 용기 안에 넣은 '아세틸화 메틸셀룰로스(AMC) 가압형 중공사막 모듈'로 국내시장과 중동, 아프리카 등을 공략하고 있으며 SK케미칼은 휴비스의 자회사 휴비스워터를 통해 국내 발전소용 수처리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