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울고, 종편·케이블 웃고…체면 구긴 공영방송 드라마
언제부턴가 '드라마 왕국'이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됐다.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국민 드라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시청률 30%를 넘으며 인기를 구가하던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지 오래다. 이는 배우들의 높은 인지도와 전작의 흥행만을 등에 엎고 스토리와 개연성에 힘을 실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다.
반면,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은 어떠한가. OCN은 '장르물의 명가'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특정 시청자층을 겨냥한 장르물만을 고집한 덕분이다. tvN은 '미생'에 이어 '응답하라' 시리즈,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현재 시즌 16 준비중), '도깨비' '명불허전' 등을 내놓으며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JTBC가 최근 종영한 두 작품 '힘쎈여자 도봉순'(최고 시청률 9.7%,닐슨코리아 기준)과 '품위있는 그녀'(12.1%)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비지상파 채널의 드라마 퀄리티가 한껏 높아졌음을 입증했다.
시청료를 더 지불하고 봐야하는 케이블 방송의 경우, 시청률이 3%만 나와도 선방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점을 감안하면, 최근 케이블 드라마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난 5일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는 전국시청률 4.6%로 종영했다. 1회 5.9%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줄곧 5% 미만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결국 4%대로 막을 내렸다. KBS2 대표 청소년드라마 '학교' 시리즈라는 점과 아이돌 김세정을 비롯해 김정현, 장동윤 등 신예배우들의 대거 출연은 기대감을 모았지만, 힘 없는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떨어뜨렸다.
특히 성적순으로 급식 줄을 세우고, 교내 경시대회 답안지가 힘센 학부모를 통해 유출되는 등 황당한 설정은 현실성이 없다고 시청자에게 지적을 받았다.
KBS2는 월화드라마 뿐만 아니라 수목드라마까지 상황이 좋지 않다. 더 심각하다. '맨홀 - 이상한 나라의 필'은 군 제대 후 복귀한 김재중과 유이를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1회 3.1%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마의 3%'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 심지어 지난 7일에는 1.8%를 기록, 시청률이 1%대로 떨어졌다. 개연성 없고 탄탄하지 않은 스토리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 이미 자주 다룬 타임슬립을 소재로해 시청자의 피로도만 높였다.
지난해 '시그널'(12.5%) '응답하라 1988'(18.8%) 올해 상반기 '도깨비'(20.5%)를 배출한 tvN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종영한 '비밀의 숲'은 최고 시청률 6.6%를 기록했고, 탐사보도팀을 소재로한 새 드라마 '아르곤'은 2.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2회만을 방송한 것을 놓고보면 앞으로 시청률 상승은 문제없어 보인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은 그동안 드라마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 발굴, 그리고 방송 시간대 편성도 실험적으로 감행한 바 있다. JTBC의 경우 '힘쎈여자 도봉순'을 시작으로 금토드라마 방영 시간을 오후 8시 30분에서 11시로 변경했다.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다루기 힘든 민감한 내용을 담는 것도 한몫했다.
OCN 토일극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스릴러로 채널과 장르 모두 한정된 시청층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간유입이 어려운 드라마다. 하지만, 2.6%라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내고 있다. 112 신고센터를 배경으로 한 '보이스'와 외계와 연결된 '써클' 연쇄살인사건을 타임슬립을 통해 해결하는 '터널' 등 장르물만을 고집해온 OCN을 향한 시청자의 신뢰도인 것이다. 이는 OCN의 매니아층 공략 전술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한편 지난 7일 열린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는 비지상파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힘쎈여자 도봉순'의 박보영이 한류드라마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이보다 앞선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는 tvN '디어 마이 프렌즈'가 작품상을, 남녀최우수연기상에 '도깨비'의 공유, '또 오해영'의 서현진이 호명되는 등 TV 주요 부문을 tvN 작품이 싹쓸이했다.
다양한 채널이 생긴 현재, 시청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다. 아무리 공영방송, 지상파 드라마라고 해도 진부하고 자극적인 소재, 개연성없는 스토리 전개의 드라마를 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상파 드라마의 역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