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대한 채권단의 반응이 싸늘해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관계자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방문해 자구계획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납득할 수 없는 자구안"이라는 비판을 내놓으며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금호타이어가 내놓은 자구안에는 ▲중국 공장 매각(약 4000억원)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4.4% 매각(약 1300억원) ▲사무직 근로자 130명 구조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공장이 국내 채권단과 중국 현지은행에 진 빚은 총 7660억원 규모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자구계획안이 지난 7월 제출됐던 내용과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산업은행은 "우리도 납득할 수 없는 자구계획안을 어떻게 다른 채권단에게 납득시킬 수 있겠냐"며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의 의견도 구하지 않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추가 설명을 했지만 "구체성이 없다"는 평가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계획안에 대한 채권단의 시각은 냉담하다. 중국 공장 매각의 경우 금호타이어는 공장 매수자가 공장의 차입금 약 7700억원을 변제하는 동시에 3000억~4000억원을 추가 지급할 것으로 계산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금액이 8000억원이었는데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 공장 가격이 1조원 넘게 책정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이다.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유상증자를 마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 금호타이어 지분이 20%에 달해 사실상의 헐값 인수 의도라는 해석이다. 대우건설 지분은 이미 채권단이 담보로 설정해둔 상태다. 금호타이어가 지분을 팔 테니 담보 지정을 해제하라 요구하는 것은 채권단 재산을 자기 것으로 인식한다는 반증 아니냐는 채권단의 비난이 나온다.
1인당 평균 인건비가 8200만원에 달하는 생산직 근로자를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가 된다. 금호타이어 생산직 근로자들은 해외 매각에 반대했고 그 와중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도 반복해 채권단의 눈총을 샀다.
박삼구 회장은 유상증자, 중국 공장 매각 등 자구계획안이 실패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전달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채권단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주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죽은 기업은 일자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끌고 갈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는 당장 이달 말 본사 1조3000억원, 중국법인 400억원어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금호타이어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에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박 회장을 해임하고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