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산출 등을 담당하는 보험개발원이 최근 22년간 일해온 용역업체와 법적 다툼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자동차수리비 견적 시스템(AOS)을 운영하기 위해 A업체의 콜센터 직원 5명을 고용한 보험개발원이 이들을 기존 운영업체에 고용토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22년간 일해온 해당 업체는 부담감을 토로하며 올해부터 보험개발원이 바꾼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이달 말 기존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도급업체와의 애프터서비스(A/S) 용역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신규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조건에는 보험개발원에서 근무해 온 콜센터 직원 5명의 고용을 승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고객센터운영 등 A/S를 실시하는 A업체 소속으로 보험개발원은 기존의 이원화된 A/S 업무를 통합해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건이란 것이다.
다만 기존 용역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 관련 부담을 피하려고 보험개발원이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20여 년을 보험개발원과 계약해 왔지만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자 갑작스런 공개입찰로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특히 해당 업체 관계자는 보험개발원 출신 퇴직임원을 고용하는 등 그간 보험개발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개발원이 이를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 통념상 퇴직임원의 취직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보험개발원과 오랜 시간 공동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보험개발원은)AOS와 관련된 현장의 모든 일을 '을(乙)'인 우리에게 시키고 AOS가 안정화되자 비용절감을 명목으로 20여 년을 현장에서 온갖 굳은 일을 맡겨왔지만 한 순간에 내팽개쳐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생이 아닌 수익독식만을 챙기는 보험개발원의 '갑(甲)질'에 '을'이 하소연할 법과 제도는 너무나 멀다"며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지만 공기업을 표방하는 보험개발원은 법대로 할테니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이번 공개입찰 실시에 따른 불만으로 공동사업권을 주장하며 수의계약을 요구했다"며 "우리가 이에 응하지 않자 (해당 업체가)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산시스템 관련 입찰의 속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부당하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며 기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