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사진)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돌연 후보 지원을 철회한 가운데 관료 마피아의 원조 격인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의 맥을 이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친 정 사장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상 새로운 거래소 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때 시장에서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낙하산' 논란 속에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등 명분을 앞세운 내부 출신과의 자리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는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성진 전 조달청장, 김재준 KRX 코스닥시장위원장이 한국거래소의 차기 이사장 후보에 지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차기 이사장 후보 지원자 14명 중 5명을 제외한 9명의 후보자가 공개됐다. 정지원 증권금융 사장, 김재준 위원장을 비롯해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지난 27일 사퇴의사 밝힘),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감사, 유흥열 전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 이동기 현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이다.
특히 지난 4일 공모를 마감한 후 서류심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3일 갑자기 추가 공모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터라 정 사장이 내정자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7일 전까지만 해도 김광수 전 원장과 김성진 전 조달청장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정 사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국장, 기획조정관과 금융서비스국장, 상임위원을 거쳤다.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 로욜라대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바 있다. 현재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재임 중이며 오는 2018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부산에 본사를 둔 거래소의 특성상 부산 출신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민심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 사장에 대해 "국내외 금융정책을 담당하며 경제와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금융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정 사장은 이날 내정설에 대해 "추가공모에 지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새 거래소 이사장에겐 꺼져가는 자본시장을 살려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있다. 밖으로는 '우물안 개구리식' 관행을 청산하고, 글로벌화라는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안으로는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및 기업공개(IPO), 파생상품 시장 제기능 회복, 벤처의 젖줄인 코스닥과 코넥스의 활성화, 현실에 안주하면 자리만 지키는 거래소 자체 시스템 개혁 등이 과제다.
한편 거래소 내부에선 신망이 두텁고, 거래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적임자가 돼야 차기 이사장에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내부 출신 가운데선 기존에 지원한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을 포함한 3~4명 가량이 경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 가운데 확실한 내부 출신은 김재준 현 위원장과 최홍식 전 본부장이 꼽힌다. 두 사람은 1987년 증권거래소 22기 입사동기다.
특히 현직은 김재준 위원장이 유일한 만큼 내부 경합으로 흘러갈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가 1956년 출범한 이후 내부 출신 이사장은 박창배 이사장 한 명이었다. 단 2005년 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선물거래소·코스닥위원회 등이 통합 출범되면서 규모가 커진 이후에는 줄곧 외부 출신들이 수장을 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