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 25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분담 요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오는 29일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이달 말로 돌아온 채권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을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가운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28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오는 29일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자율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연말까지 상환 유예하는 안도 합의한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공동으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는 점에서 워크아웃과 비슷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 느슨한 워크아웃으로 불린다. 채권단이 100% 동의해야 시작할 수 있으며,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일단 원금과 이자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게 된다.
만기가 연장되면 금호타이어가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1조9500억원이 된다.
자율협약 개시에 앞서 박 회장은 약속대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박 회장은 지난 12일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주주협의회의 최종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박 회장은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에서 사퇴함과 동시에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또 "기업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드린 금호타이어 주주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금호타이어의 정상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과 함께 이한섭 금호타이어 대표도 이날 공동 사의를 표명했다.
채권단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후임자 인선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사회에 대한 물갈이도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이사회가 대대수 박 회장의 인물들로 구성된 만큼 실질적인 경영권 박탈을 위해서는 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본 원칙은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20일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협조해 고통을 분담한다면 금호타이어는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와 근로자, 채권단, 넓게는 지역사회까지 이해당사자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내용은 채권단의 실사 이후에 나오겠지만 신규 유동성 지원이나 자산매각과 함께 인력 감축 등의 조치도 예상되면서 노조는 이미 반발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노조는 구조조정 방침이 발표된 지난 26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경영진과 채권단은 지난 5년간 워크아웃 기간 노동자의 고통에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데 혈안이 돼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실패했다"며 "일방적인 고통전담의 구조조정안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