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사용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하여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동전·지폐 등 실물화폐가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가상화폐에 대한 실제 통용문제가 주요 논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등 상위 4개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지난달 11일 기준 1127억 달러 수준. 이는 헝가리의 지난 2016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243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최근 논의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이 각종 비용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대신 가상화폐를 쓰면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현금이용이 크게 감소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화폐 발행에 관심을 쏟고 있다.
또한 브렉시트 과정에서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영국 역시 디지털화폐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 중 하나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 예금거래 대상을 예금수취기관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등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문제에 가장 소극적이고 비판적이다.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지난달 기자 워크숍에서 "디지털화폐의 발행은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과 직접 예금거래를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중앙은행 설립 취지와 상충된다"며 "민간은행의 업무영역이 축소돼 사회 전체의 금융중개기능도 위축될 수 있다"며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차 국장은 또 "디지털화폐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서 자유롭게 이용되려면 그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결제시스템도 24시간 가동돼야 한다"며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전 세계 해커들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 국장은 이어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현실화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여러 한계점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더라도 은행 간 거래(국내거래), 중앙은행 간 거래(국내거래)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 국장은 "다만 도매시장에서만 사용되더라도 거래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금융인프라의 구조 변화를 통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