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는 올 추석 메시지와 연휴 행보는 '소외계층·서민 보금기'와 '남녀평등'으로 요약된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3시께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경찰, 서울시 다산콜센터 상담원, 전남 해남소방서 고금 119안전센터 소방관,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사 등 명절도 없이 근무를 하고 있거나 소외된 이웃 12명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이들과 한 시간 15분 가량 진행된 이날 문 대통령의 전화는 사전에 담당자와 조율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깜짝 전화'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의 통화에선 할머니의 건강에 대해 염려했다고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김 할머니는 지난 8월1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독립 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김 할머니는 이날 통화에서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현재 정부에서 화해치유재단 활동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서해5도 특별경비단 김운민 순경, 치안 수요가 가장 많은 홍익지구대 주연화 경사, 지난 9월27일 전남 완도 탱크로리 폭발사고 때 소방대원 등 40여명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막았던 해남소방서 고금 119안전센터 김평종 센터장과의 전화통화에선 임무와 더불어 본인의 안전을 잘 지켜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3공수여단 장윤성 대위와도 전화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근무가 더욱 어려울 텐데 대통령으로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장 대위는 "저희가 최선을 다해야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약 1만명에 달하는 이번 추석 선물 대상자 중 절반 가량을 국가유공자와 미혼모, 조손 가정 등 사회 배려 계층으로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한가위를 맞아 남녀평등도 수 차례 강조했다.
이날 여성긴급전화 '1366'의 최은미 상담사와 통화에서 최 상담사가 "명절이 다가오면 가족 간의 갈등이 표출돼 상담문의가 많아진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여전히 명절음식 장만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제는 남녀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가 생겨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 고향가는 국민들에게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자리에서도 "한가위 연휴 동안 우리 여성들과 남성들, 무엇이든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라면서 "상도 같이 차리고, 고무장갑도 같이 끼고, 운전대도 같이 잡고, 함께 손잡고 같이 하면 남녀 모두 명절이 더욱 즐겁지 않겠습니까"라고 전했다.
또 지난 1일 청와대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공개한 추석 맞이 영상편지에선 "올 한가위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즐거우면 좋겠습니다"고 말하며 남녀가 평등한 추석을 보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은 추석 연휴 기간엔 특별한 일정 없이 지방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등 휴식을 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교통방송에서 "저는 뭐 이번 명절 특별한 계획 없습니다. 청와대에서 차례를 지낼 텐데요. 고향에 못가고 성묘를 못해서 조금 아쉽습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