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추석경기…대형유통업체 '맑음'·전통시장 '울쌍'·면세점 '우울'
10일간의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열띤 판촉전을 벌인 대형 유통업체, 전통시장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5만원 이하 실속 선문세트와 100만원이 넘는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의 인기로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 매출은 감소했다. 국내 면세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매출은 작년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 매출은 기존점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3.3% 신장했다.
품목별로는 가공식품·생필품 선물세트 매출이 9.5%로 가장 많이 신장했다. 이어 건강 7.4%, 축산 4.6%, 청과 4.1%, 수산 -1.9% 순이었다.
롯데백화점이 한정으로 한우 프리미엄 선물세트인 'L-No.9세트(130만원·100세트 )'와 '법성수라굴비세트(360만원·20세트)'는 조기에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예약판매와 본 판매를 합친 추석 선물세트 판매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6% 신장했다. 추석 연휴 기간 매출도 스포츠용품(26.9%)과 남성복(19.7%) 등이 높은 신장률을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9.1%가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소폭 신장했다. 홍삼(10.9%), 비타민(8.4%) 등 건강식품과 버섯(18.4%)을 비롯한 신선채소 매출이 증가한 반면 정육(-0.1%), 수산(-0.8%), 청과(-1.1%) 등은 부진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추석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3% 신장했다. 30만원 이상의 고가 선물세트가 전년 대비 9%, 5만원 이하의 저가 선물세트가 5% 신장했다.
대형마트는 업체별로 실적이 갈렸다. 이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3.2% 감소했지만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2.5%, 2.2% 증가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올해 추석 연휴에도 매출이 감소했다. 역대 최장인 추석 연휴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수요가 늘었고, 대형마트와 쇼핑몰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매출 하락의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9일 낙원시장에서 청과를 파는 이영순(62) 씨는 "매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올해도 예년에 비해 매출이 확 줄었다"며 "젊은 사람들은 시장보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는다. 시장을 활성화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도 사드 보복으로 추석 연휴 대목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중국은 올해 국경절과 중추절(추석)이 겹쳐 이달 1일부터 8일까지이 연휴였다.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는 국내를 방문해 면세점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대목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매출은 중국인 이용객 감소로 작년보다 줄었다.
롯데면세점에서는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전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고, 중국인 매출은 25%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 국경절 연휴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감소했다.
한편 지난 8월까지 입국한 중국 관광객은 287만35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8% 줄었다. 지난 3월 중국의 '금한령'이 본격화한 이후 단체관광객이 끊겼으며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면세점업계의 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과 무역센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개장도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