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 강화에 서민들 불법사채 시장으로 이동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예정돼있지만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은 오히려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는 '대출절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정 최고금리를 25%로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 10곳 중 8곳은 신규 대출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법무부는 2018년 1월부터 최고금리를 24.0%로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24.0%로 일괄 인하한 뒤 단계적으로 낮춰 5년 뒤에는 20%까지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11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35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가량인 19개사가 법정금리가 인하될 경우 신규대출을 축소하겠다고 답했고, 9개사는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 곳은 회사를 아예 매각할 계획이다.
신규 대출을 늘리거나 유지하겠다는 곳은 6개사에 불과했다.
실제 지난해 3월 최고금리를 인하한 뒤 대부업 거래자수는 13만명이나 줄었다. 특히 7~10등급의 저신용자의 승인율은 14.4%에 불과했다.
반면 불법사채 시장은 커졌다.
지난해 이용자는 전년 대비 10만명 늘어난 43만명으로 추정됐으며, 이용금액 역시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11조원이나 급증했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일반인이 대출금리를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데 비해 저신용자는 대출 성사 여부가 관건"이라며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 기회를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소외자를 대상으로 불법사채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체들도 고사 위기다. 2~3년 마다 단행된 최고금리 인하로 2007년 1만8197개에 달하던 대부업체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절반 수준인 8654개로 급감했다.
대부업계에서는 조달금리가 6% 안팎임을 감안하면 최고금리 25%는 수익감소가 아니라 생존이 불투명해졌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임 회장은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파급력이 매우 큰 정책으로 인하 후 최소 3년이 지난 2018년 말 이후에나 정책 효과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진다"며 "대부업계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는 반드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고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자금조달 규제 등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 대부업계의 요구다.
그는 "금융소외자의 대출기회 축소라는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공모사채 발행 불허나 금융권 차입 제한 등 자금조달 규제를 완화해 대부업체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며 "중개수수료를 더 낮추면 중개시장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만큼 더 이상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대부업계는 2016년 기준 대부업체 원가금리를 26.1∼27.1%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27.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고금리가 더 떨어지면 대출 조건을 강화해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저신용자 대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업체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포용적·생산적 금융을 내세우고 있는 금융당국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의 자금이용 기회 위축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불법 사채 단속을 강화하고,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