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합작 설립한 화학회사 중한석화 전경. /SK이노베이션
최태원 SK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한석화가 7400억원을 투자해 약 40% 규모의 증설을 단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 화학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석유기업 시노펙과 설립한 합작사다.
중한석화는 이번 증설을 통해 연간 에틸렌 110만톤(t), 폴리에틸렌 90만t, 폴리프로필렌 70만t 등 기존 대비 생산량이 80만t 늘어난 연간 화학제품 총 3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다. 증설 투자는 2020년 마무리될 예정이며 완공 직후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이번 투자는 중한석화가 창출한 이익으로 이뤄지는 자체 투자로, SK종합화학 등이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중한석화가 중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의 결실인 셈이다. 보통 석화공장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에 가동 후 수익을 내기까지 3~4년이 걸린다. 하지만 중한석화는 2014년 가동 첫해 흑자를 냈고 2015년에는 4000억원 넘는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는 정기보수로 공장을 두 달 멈췄음에도 361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가 이뤄지면 중한석화의 연간 영업이익은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0년까지 중국 내 에틸렌 및 유도품 자급률이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중한석화가 증설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선제적인 마케팅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증설은 공정개선(Revamp) 방식으로 추진된다. 공정개선은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설비의 부품을 교체하고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해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신규 증설에 투입되는 비용과 자원을 크게 아끼되 생산량은 극대화하는 고효율 투자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투자도 신설 투자의 약 60% 수준에 불과한 비용으로 연간 80만톤의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정치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중한석화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은 최태원 SK 회장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한석화는 2006년 최 회장이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과 글로벌 파트너링을 추진하며 거둔 성과다. 2013년 10월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이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했고 가동 첫 해 흑자를 냈다.
중한석화 가동 이후에도 최 회장은 사업 확장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논의와 지원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9월 시노펙 경영진과 추가적인 사업 협력과 다각화 협의를 시작한 이래 올해에는 시노펙 동사장과 직접 만나 면담하고 지역 정부와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중한석화의 사업 확장에 앞장섰다.
국경을 넘은 최 회장의 행보 덕분에 중한석화는 중국 내 나프타 크래커 화학기업 중에서도 경영성과, 생산성, 효율성, 안전성 등 전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외자 합작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동시에 중국 중부지역 후베이성(湖北省)의 최대 석유화학기업으로 성(省) 내 석유화학기업 중 세수 기여 1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화학 일류 기업으로의 성장에 중한석화가 밑거름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중한석화의 이번 투자는 SK와 시노펙 사이에 공동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중한석화는 향후 중국에서 '딥 체인지 2.0'을 선도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