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남성위주의 사회인 아랍 국가들은 아직도 여성에 대한 전근대적인 관념이 강한 나라들이다. 아랍국가의 맹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다는 칙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우디에 거주하는 모든 여성은 비록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따로 운전기사를 고용하거나 남편 등 친인척 남성이 모는 차를 타야만 했으며 이를 어기면 벌금형에 처해졌었다고 한다. 이번 조치로 사우디는 '세계에서 여성 운전을 금지한 유일한 국가'라는 말을 벗게 됐다고는 하지만 이런 뉴스를 보는 마음은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어떤 사우디 여성운동가가 남장(男裝)을 하고 운전하다 체포돼 70여 일간 구금되기도 했던 일이 해외토픽 란에 실렸던 나라에서 비록 여성의 운전은 허용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여자들은 남자 위주의 사고체계와 의사결정권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억압을 당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인류가 로켓을 쏘아 우주탐험을 하는 시대가 되었어도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간극과 차별은 뭐 그리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 말까지 짧은 미니스커트와 남자들의 장발을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던 걸 생각해본다면 사우디 같은 전통적 남성위주의 이슬람교전통에서 여자에게 운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반드시 악습이라고만 볼 이유도 타당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아랍국가 여성들의 대부분은 이러한 관습 자체를 불행하게 느끼지 않으며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된 적도 있는 걸 보면 서구의 눈으로 보는 관점은 단지 서구의 잣대 일뿐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비교될 얘기일지는 아니겠으나 불과 얼마 전 가지만 하더라도 남성 사고 위주의 관습 속에서 여성스러움과 여자의 미덕을 강조하던 우리나라도 명절날만큼은 여자들에게는 한숨 쉬게 하는 일들이 많았었다. 아마도 며느리들의 공통 심정이 아닐까 싶다. 이 말에 시어머니들은 한 숨을 내쉴 것이나 때로는 여자의 적은 여자인 것 같은 생각도 든 적이 있다. 왜냐하면 부조리한 남성사고 위주의 관습 속에서 여성스러움과 여자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이 꼭 남자들만은 아니라는 단상에서다. 같은 며느리 입장을 가졌던 시어머니가 며느리에 대해 요구하는 당당한 텃세스러운 요구들처럼 말이다. 명절은 그 사전적 의미처럼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어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로서 아주 좋은 날이다. 그 좋은 날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지혜가 발현돼야 할 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바랐던 우리 조상님들의 바램처럼../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