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찍은 조선업 침체가 다시 활기를 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조선 업황이 나빠지면서 선박 발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올 하반기 들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내년도 선박 발주 전망치도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위기가 오기 전인 2015년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2021년이나 돼야 과거 20년 평균치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지난달 펴낸 '신조선 시장 2017∼2029년'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도 발주 전망을 6개월 전보다 상향 조정했다. 클락슨이 예상한 올해와 내년의 신조선 발주 척수는 각각 890척, 1134척이다. 올해 예상 발주량은 전년 대비 59% 많다.
발주 규모로 환산하면 올해는 232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내년은 2780만CGT다.
이는 지난 3월에 전망치로 제시한 2140만CGT, 2560만CGT보다 각각 높여 잡은 것이다. 반년 사이 선박 발주 시장이 조금 살아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클락슨은 "세계 경제 성장이 개선되고 해상수송 거래가 견고한 증가세로 돌아선 것, 낮은 신조선가 등을 반영해 단기 발주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20년간 연평균 선박 발주가 3780만CGT였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 발주 규모는 평년의 약 74%가 된다.
선종별로 보면 VLOC(초대형 광석운반선)와 포스트 파나막스급을 중심으로 다수의 벌크선 발주가 내년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와 MR탱커(중형 유조선) 등 유조선은 올해 추가 발주가 있겠지만, 내년에는 공급과잉 우려와 운임 약화로 인해 수요가 다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발주가 미미했던 컨테이너선은 네오 파나막스급 위주로 내년까지 다소 살아나겠으나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LNG(액화천연가스)선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견고한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클락슨은 중장기(2019∼2026년)적으로 글로벌 선박 수요가 꾸준히 늘어 발주가 개선되더라도 호황기 때만큼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6개월 전 전망치를 유지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발주물량은 1706척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2∼2016년 연평균 2389척의 71% 수준이다. 또 과거 20년 평균 연간 발주량(3780만CGT)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은 2021년(3840만CGT)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대중공업과 대한조선은 최근 잇따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일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해운사 폴라리스시핑으로부터 8억달러(약 9050억원) 규모의 광물운반선(VLOC) 10척을 수주했고, 이날 같은 회사로부터 4억달러 규모의 32만5000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 5척을 추가로 수주했다. 대한조선도 올해 상반기에 7억2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18척 계약을 따냈다.
이 외에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최근 수주 물량이 늘면서 수주잔량도 한 두달 사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