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
정부가 내년부터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해 돈줄 조이기에 들어간다. 다주택자의 돈 줄을 사실상 봉쇄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취약 차주의 부실을 막겠다는 것.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 8% 수준으로 묶겠다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이미 부실화됐거나 부실화 우려가 큰 가계부채 약 200조원이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차주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총량측면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만큼 점진적인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금융측면 뿐 아니라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구조적 증가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해결의 큰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이미 예고한 대로 신DTI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2건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주담대에 대한 원금과 이자의 상환부담을 모두 반영한다. 기존에는 이자 부담만 반영됐다.
다만 신DTI의 적용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무산됐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일부 재건축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안정세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신DTI의 적용확대에 대해 많이 고민했지만 향후 시행상황을 봐가며 확대여부를 검토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DSR의 적용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까지 모든 가계대출의 상환부담을 반영한다.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돈을 빌리는지 좀 더 깐깐하게 상환능력을 심사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대출이 급증한 부문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은 내년 3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관리하며, 집단대출은 보증기관의 중도금 보증한도를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사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출규제보다는 취약차주 지원에 신경을 더 썼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어도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고위험가구나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소득·자산 등 상환능력에 따라 차주를 분류한 결과, 이미 부실화돼 상환불능 상태인 부채가 10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소득이나 자산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차주들의 부채도 9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상 차주이지만 실업, 폐업 등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운 경우엔 원금상환을 최대 3년간 유예하고,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해 원리금 부담을 줄여준다.
연체 상태에 빠진 차주에겐 연체부담을 줄여주는 것과 함께 신용회복을 지원한다. 현재 6~9% 수준인 연체 가산금리는 3~5% 수준으로 낮추고 연체자에겐 주거안정을 위해 담보권 실행을 최대 1년간 유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