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근무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검수하고 있다. /LG화학
LG화학이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수혜를 입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전지사업에서만 매출 1조1888억원을 기록한 LG화학의 실적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에 탄력이 붙으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대량 계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36조원 수준이던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컨퍼런스콜에서 LG화학 관계자는 "수주잔고가 상당히 늘어났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면 좋겠지만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의 수주잔고 확대이기에 특정 고객들과 연결된다"고 수주잔고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2세대 배터리 매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1~8월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집계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출하량에서 LG화학은 전년 동기 1.0GWh 대비 2.6배 증가한 2.7GWh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 역시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강창범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내년 (전지사업 매출)은 올해 대비 50% 이상 성장 가능할 것"이라며 "배터리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며 LG화학이 주도권을 잡아 2020년에는 7조원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고객들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했다. 폴란드에 생산라인 증설도 하는 중"이라며 "3분기 양산샘플을 만들어 공급했고 내년 1분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LG화학의 전지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용 전지가 대용량화되며 LG화학이 생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인기가 높아진 덕이 크다. 전지는 크게 알루미늄 봉지 형태의 파우치형과 사각형 캔 형태의 각형, 건전지와 같은 모양인 원통형 세 가지로 구분된다. 파우치형은 형태가 자유롭고 용량을 늘리기도 손쉽다.
강 상무는 "파우치 타입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전기차가 대용량 EV로 가면서 파우치 타입 선호도가 높아진다"며 "배터리팩을 자동차 하부에 장착하는데 파우치 타입이 슬림하게 만들기 유리하다. 앞으로도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보급에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LG화학에게 유리한 점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전기차는 2984대로 전체 자동차의 0.09%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3~4%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는 2020년 판매되는 차량의 10% 이상은 전기차일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춘 생산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증가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LG화학도 설비 증설을 예고하고 나섰다. LG화학 관계자는 "폴란드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 외에도 2018년 이후 투자비용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양극제 설비도 2020년이면 올해 대비 3배 이상 증설된다"고 밝혔다. 양극제는 전해질, 분리막 등과 함께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그간 전지 생산이 늘며 망간, 코발트 등 생산에 필요한 광물 가격이 올라 LG화학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LG화학이 완성차 업체들과 맺은 계약 대비 배터리 제조원가는 높아지고 있지만 계약 금액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 때문.
하지만 LG화학 배터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완성차 업체들이 제품 단가 인상 부담도 대신 짊어지고 나섰다.
정호영 LG화학 CFO(사장)는 "메탈 가격 인상에 대한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3세대 배터리 원가에서 메탈 가격을 20%로 봤는데 현재 50%로 급등했다"며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영업이익 10%p가 움직이는 상황이지만 완성차 입장에서는 1.5~2% 수준이기에 (판가 인상 부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의 구체적 계약 내용을 바꾸고 있으며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조3971억원과 영업이익 7897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