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일까 '봉합'일까.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해법을 찾기 위해 그동안 노력했던 결과물을 31일 내놓으면서 한·중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이날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두 번째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로 멀어졌던 두 나라의 우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성주에 배치된 사드포대는 기정사실로 양해된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중국의 입장은 사드 문제가 해결됐다, 인정한다는 차원이 아니다"라며 "사드와 관련해선 양측 간 가진 입장을 있는 대로 표명하고 그 순간 봉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중국이 이날 양국 외교부를 통해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내용대로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사실상 사드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물론 우리측도 '사드 추가 배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하며 화답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대로 사드 문제를 더이상 수면위로 올리지 않는 선에서 '봉인'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공감한 것은 앞으로 사드 문제는 이 선에서 끝난다. 이후에는 한중 관계의 미래나 실질적 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1월 중순 베트남에서 있을 문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에서도 '사드'는 주요 의제로 거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간 사드 해법 마련안을 놓고 대체로 '윈윈'(win-win)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한국은 교류협력의 정상화라는 실리를 택했고, 중국은 미국 MD(미사일 방어)에 대한 한국 불참이라는 명분을 택함으로써 상호 윈윈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사드 문제가 언제 또다시 양국간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봉인'이 아닌 '봉합'수준에서 머물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드배치 명분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도발의 지속성과 강도에 따라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핵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수시 배치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문제 삼아 제2의 사드 갈등이 재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경제보복 재발방지를 위한 고민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재발방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양측 간 신뢰"라면서 "다른 사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지만 최소한 이 문제에 대해선 신뢰에 기초한 조치로 받아들여달라"고 전했다.
한중 양국은 사드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몇 달간 숨가쁘게 움직였다.
시작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었다. 또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8월께부터 본격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여러 차례 외교 당국 간 교섭을 비롯한 한중간 소통이 있었다"며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드 문제 해결이 전제조건이라는 인식 하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또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 미국에 이런 내용에 대해 중간중간 다 알려주고 동맹 간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이 없도록 협의 진행과정에서 주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