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수주 절벽 여파로 3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또 다시 강경 노조가 들어서면서 경영위기가 악화될 상황에 처했다.
현대중공업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 935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전 분기 대비 38.4%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20.8% 줄었다. 매출은 3조804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8% 감소했고, 전년 동기보다는 27.3% 줄었다.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3조2414억원, 영업이익은 4087억원, 순이익은 4021억원을 각각 나타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의 건조물량 감소와 해양·플랜트부문 대형공사 완료로 매출이 전 분기보다 줄었으나, 선제적인 경영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흑자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분기와 비교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60.1%에서 144.2%, 차입금비율은 68.9%에서 57.9%로 각각 낮아지는 등 재무건전성이 강화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선제적인 경영개선계획 실시를 통해 흑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일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질개선을 통한 위기극복과 수주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현대중공업노조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노조위원장 선거를 통해 강경파인 박근태 후보를 새 위원장으로 선정하면서 임금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새 노조 집행부에 또 다시 강경 노조가 들어서면서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강도 높은 자구책에 대한 노조의 잇따른 반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 강경노조가 들어선 이후 매년 파업을 지속해왔다. 올해도 사측이 내놓은 구조조정안에 반발해 지난 2월 세 차례 전면파업, 6월 두 차례 부분파업, 8월에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에도 실패해 협상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업황과 회사경영이 동시에 악화된 상황에서 최근 5000명 유휴 인력 문제로 20% 임금반납을 요구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돼 결국 순환휴직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조선사의 경우 무급휴직 등 강도 높은 고통분담도 동참하는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요구안에 반발하면서 교섭이 별다른 성과없이 장기 표류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현대로보틱스,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계열사의 잠정실적도 발표했다.
현대로보틱스(정유부문, 분할 신설법인 포함)는 매출 4조4158억원과 영업이익 555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강세 지속과 석유화학 분야 수익 확대로 매출 3조3392억원, 영업이익 2747억원을 나타냈다. 현대건설기계는 매출 6132억원, 영업이익 442억원을, 현대일렉트릭은 매출 4691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을 각각 나타내며 분할 이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