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함에 따라 후속인사에서도 고강도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1일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 CEO 3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이들의 자리는 50대 '젊은 피'인 김기남 DS부문장·김현석 CE부문장·고동진 IM부문장이 대신하게 됐다.
3인 CEO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모든 부문장을 교체한 것은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인사에서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한 적이 있지만 사업부 체제 전환이 동반됐었다.
재계에서는 오는 3일 삼성전자가 사장 승진 인사를 내고 차주에는 임원인사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이며 2015년과 2016년 사장단 인사를 하지 못한 탓이다. 부문장이 전원 교체된 만큼 주요 사업부문장이 모두 교체되는 인사도 단행될 가능성이 생겼다.
부문장들의 평균 연령이 50대가 된 만큼 주요 팀장들의 연령대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장급의 전보보다는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겸직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자리를 채워야 한다. 김기남 사장이 맡던 반도체 총괄사장과 김현석 VD사업부장 자리,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의 자리 문제도 부문장을 맡으며 겸임할지 아니면 다른 인물에게 내어줄지 결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2년 동안 승진하지 못한 부사장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노린 업계의 스카웃 전쟁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업을 폭넓게 경험하고 역량이 검증된 부사장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사장 승진 인사를 내며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장 자리를 제공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총수 부재로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를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사업부문장이 전원 교체되면서 인사 폭이 커질 가능성이 확대됐다. 자연스럽고 연쇄적인 인사이동과 성과주의 위주의 발탁인사, 외부 영입이 맞물려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옛 미래전략실 인사와 해외 인사의 복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의 후임으로 정현호 전 삼성 인사지원팀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박혁규 전 삼성 경영진단팀장의 발탁도 예상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전장부품 등 신사업을 총괄하고 하만 인수에도 관여했던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장이 본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을 해 온 그가 복귀하면 삼성전자 내부에 신사업과 M&A를 주도하는 조직이 생기고 그 역할을 손영권 센터장이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부문장 인사에서는 사업을 오랫동안 폭넓게 경험하며 역량을 쌓은 인물들을 발탁했다는 특징이 있다"며 "후속 인사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이어져 검증된 인물들이 대거 등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