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법'이라는 것이 있다. 한자로 쓴다면 '情緖法'으로 쓸 수 있다. 굳이 포함시키자면 관습법 정도의 범주에 들어갈 것 같다.
정서법에 맞지 않는다면 법을 위반해 '잘못했다·그르다'로 치부하기보다는 '다르다·기분이 좋지 않다'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듯 싶다.
국민들의 일반적 상식이나 감정, 즉 정서에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을 사회적 잣대로 재는 것이 바로 '정서법'인 셈이다.
오는 10일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홍종학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정서법 때문이다.
알다시피 홍 후보자는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부의 대물림'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자신과 부인, 그리고 딸이 장모로부터 상가, 아파트와 같은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받고 그 과정에서 증여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자질론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홍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고, '절세'가 아닌 '탈세'를 하려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사퇴 요구까지 일고 있다.
홍 후보자는 물려받는 과정에서 세금을 모두 냈다고 밝히고 있고, 진위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홍 후보자가 주장하는대로 세금을 모두 낸 합법적 증여였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부인과 딸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현금이 오고간 것이 절세의 한 방식이었다면 실정법 위반도 아니다.
특히 장모(외할머니)가 사위(외손녀)에게 거액의 부동산을 적법하게 물려주고, 낼 세금도 다 냈다면 정서법으론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침소봉대하며 싸잡아서 비난할 일은 아니다.
부동산 증여 외에 홍 후보자가 한 과거의 발언 역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내로남볼'(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 홍 후보자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물론 한 나라의 장관 자리가 얼마나 깨끗한 도덕성과 청렴결백, 그리고 언행일치라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지를 홍 후보자 역시 논란 과정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서법을 들이대며 무작정 반대하기보단 더욱 객관적이고 투명한 잣대로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만한 시간도 꽤 남아있다.
그것이 우리의 정서법에도 맞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