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전철 밟을 우려
#. LS네트웍스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을 팔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 6월 LS네트웍스가 최대주주인 G&A사모투자전문회사(지분율 84.6%)와 아프로서비스그룹 간의 지분매각 본계약이 무산된 후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시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당사자 간 가격 차가 컸다는 것. 하지만 대주주 승인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가격이 합의됐더라도 아프로그룹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요건충족명령'을 받은 바 있어 다음 절차인 대주주 승인이 쉽지 않으리라 본 것이다.
#. KB금융그룹의 식구가 된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지난 2015년 10월 19일.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마무리 단계인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기다리고 있던 오릭스PE가 계약해제를 밝히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부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8월 말쯤 나올 것 같던 심사 결과는 지연을 거듭하며 넉 달째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자베즈와 현대그룹 간의 이면 계약과 파킹딜 의혹, 야쿠자 자금 연관설 등까지 제기됐다.
하이투자증권에 군침을 흘리는 DGB금융지주가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주주적격성에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33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투자업에 진출하려는 최대주주는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결국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참여는 무리수"
박 회장은 증권사를 인수해 오는 2020년까지 지방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문제는 그의 야망이 한낱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박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 행장이 2014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대구은행 간부급 직원 5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백화점상품권 등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5%)를 제외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이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DGB금융이 경영 공백이나 지배구조 변화 등이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발 만 담근 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적잖다. 현행 규정에 따라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DGB금융은 금융위원회에서 기관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이처럼 경영진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는 마당에 인수합병(M&A)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지역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일부 간부 직원의 성추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후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해당 간부 4명에게 중징계를 내렸지만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고, 대구은행 노조는 박인규 행장과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 매각 주관사(EY한영회계법인)에 절차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인수 미련은 버리지 않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1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비자금 사태를 대구은행만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속내로 해석된다. 인수 참여자인 금융지주와 선을 긋는다면 하이투자증권을 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선 박인규 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하고 있어 책임이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실제 마케팅부서, 사회공헌부, 비서실 직원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입건한 점을 미뤄봤을 때 혐의가 입증 된다면 DGB금융그룹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의 비리 혐의가 결론과는 상관 없이 DGB금융지주에 큰 흠집을 남길 수 있다. 동종 업계 한 사람으로써 마음이 아프다"고 우려했다.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입건된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지난 10월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
◆ 인수가 등 부담…DGB금융 여력 있나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 인수에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 회장이 비자금 의혹에 휩싸이면서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증권을 놓고 M&A 줄다리를 한 현대그룹과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 꼴이 날 수 있어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015년 현대그룹 정도의 위기는 아니지만, 대주주적격성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현대증권 처럼 자칫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마무리 단계에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작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아직 완벽하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했다.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순환출자 구조와 증손회사의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제한, 금융사 지배 금지 규제를 해소해야 끝난다.
2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매각가도 걸림돌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희망가는 4700억원이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알려진 희망가는 430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마져도 DGB금융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어 말해줄 게 없다"며 하이투자증권 M&A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경영진의 비리도 문제지만 대규모 자금조달은 DGB금융의 건전성에 영향을 준다. DGB금융의 건전성 지표인 BIS 총자본비율은 12.80%이다. 위험 수준까지는 여력이 있지만 2011년 만 해도 15.33%에 달했다. M&A 등의 영향이 크다. DGB금융은 메트로아시아캐피탈(현 DGB캐피탈), 우리아비바생명보험(현 DGB생명보험), LS자산운용(현 DGB자산운용) 등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특히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터라 자금조달은 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추가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2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63%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DGB금융지주가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DGB자산운용(옛 LS자산운용)을 팔 것이란 루머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자금 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LS자산 인수가격은 339억9900만원이었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최근 사업연도 기준 총 자본은 184억6700만원, 당기순이익은 4억5800만원이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현재 양사가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 협의중"이라며 "조건이 완료되면 양사 이사회를 통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거고 협의가 안 되면 이사회 일정이 늦어질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에 대해선"보통 지주회사는 자금조달 시 회사채,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등을 이용하는데 자기자본비율 등 규제비율을 지켜야 한다"며 "규제비율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자금조달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수 계약이 체결된다고 해서 바로 조달을 체결하는 게 아니고 감독원 승인, 주총 등의 기간이 꽤 걸린다"며 "그 기간 동안 자금조달을 하면 되니까 규제비율 등을 확인한 뒤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확정된 건 없다"고 덧붙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문제 등은 M&A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문제다. 하지만 박인규 회장 처럼 비리혐의가 불거진 경우 파는 쪽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과거 오릭스 예를 보듯 금융감독당국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박 회장의 비리가 불거진 후 하이투자증권에 관심을 갖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