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지급결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호순 부총재보는 2일 "가상화폐는 불법거래나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사용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을 당부했다.
신 부총재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7 한은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에서 "새롭게 등장한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가 외환송금서비스부문에 이용되기 시작하고 기반기술인 분산원장 기술이 지급결제분야 전반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가상통화는 현행법상 공식 지급수단이 아니고 거래 리스크도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그는 "가상통화는 국제적으로도 법적인 성격이나 정의에서 여전히 일치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상통화는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소비자 피해나 불법거래,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 부총재보는 이어 "가상통화가 이처럼 지급결제시스템은 물론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총재보는 또 "모바일뱅킹 등 금융혁신 이면에는 해킹이나 정보유출 등과 같은 새로운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상통화 외 사이버리스크의 위협을 언급했다.
그는 "개별 금융기관과 지급결제인프라 운영기관이 사이버리스크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인프라에 관한 원칙(PFMI)과 사이버복원력 가이던스 등 국제기준을 참고해 최근 한은 자체 사이버 복원력 평가 지침을 마련했다"며 "이를 토대로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 운영기관들의 대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당국의 당면과제' 발표를 맡은 정경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통화를 채굴, 매매, 지급하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이익을 약속한 자금조달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상통화의 가치가 폭등하고 거래규모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과열하는 가운데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행위나 다단계 판매행위 등 사기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 유사수신행위는 이익을 약속한 자금조달행위를 의미하는데 반해 가상통화의 채굴, 매매, 지급 등 행위는 지급수단의 매매행위에 해당하고 지급수단의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사수신행위의 정의조항을 정비·확대하는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교환의 매개 또는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전자적 방법으로 이전가능한 증표를 발행 또는 중개하는 영업행위로 개정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