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통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거둔 정유업계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과 긍정적인 시장 환경이 맞물렸다는 평가다.
정유업계가 3분기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SK이노베이션
2일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매출 11조7589억원, 영업이익 963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조5610억원에서 21.2%, 영업이익은 4212억원에서 132.2%로 늘어난 수치다.
정유업계에서 3분기는 통상적으로 계절적 비수기로 구분된다. 2분기는 여름휴가를 맞아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유 소비가, 4분기는 난방유 소비가 증가하지만 3분기에는 수요를 견인하는 요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유업계는 3분기에 다소 저조한 실적을 보여 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예년과 달라졌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 역시 3분기 매출 5조2118억원, 영업이익 55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376.1% 늘어났다. 현대오일뱅크가 27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가 각 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 정유업계가 좋은 실적을 거둔 데에는 업계의 체질 개선 노력과 우호적 시장 환경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비정유 부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3분기 SK이노베이션은 화학·윤활유 사업에서 매출 3조418억원, 영업이익 47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1조4735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의 62% 수준이다. 에쓰오일 역시 화학·윤활유 사업이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했다.
석유사업은 국제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질 경우 손실을 입는 식이다.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기에 꾸준한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업계는 시황을 크게 타지 않는 고부가 화학·윤활유 제품 비중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3분기에는 석유사업도 경영 외적인 변수가 발생해 업계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3분기가 시작되던 지난 7월 글로벌 정유 기업 셸의 유럽 최대 정유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네덜란드에 위치해 하루 40만 배럴을 정제하는 공장이 화재로 8월 말까지 가동을 멈췄다. 8월에는 미국 정제 설비의 절반이 모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지역에 태풍 하비가 상륙해 정유 시설을 초토화시켰다. 하루 56만 배럴을 정제하는 엑손모빌의 베이타운, 하루 60만 배럴을 정제하는 아람코의 포트아서 등이 가동을 멈추며 멕시코만 지역에 밀집한 일 970만 배럴 규모 정제설비의 24%가 한동안 석유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정유기업들의 가동이 재개됐지만 석유제품 재고 감소 효과가 발생했고 가을 정기보수 시즌이 도래함에 따라 연말까지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세계적으로 74만b/d 증설이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제 호황에 따라 수요는 140만 b/d 증가해 정제마진 또한 우호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OPEC의 감산 조치가 이어지며 세계적인 재고 감소가 심화될 것"이라며 "윤활기유의 경우 내년 세계적인 신규설비 증설이 이뤄지지만 이후 추가 증설이 없기에 중장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주력하는) 그룹3 윤활기유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좋은 실적이 이어짐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창사 이래 최초로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최근 주주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에쓰오일 역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그간 주주가치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배당규모를 책정해 왔다"며 "올해도 이런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