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주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각 계열사 인사도 줄지어 이뤄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오세성 기자
삼성그룹이 이번 주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각 계열사가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삼성전자는10명이 승진하고 4명의 위촉업무가 변경된 역대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낸 만큼 후속인사 역시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밀린 인사적체 해소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단행했어야 할 임원인사를 지난 5월 최소 폭으로 시행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며 오너 부재 상황이 벌어졌고 그룹 안살림을 책임져온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탓에 인사를 단행할 주체가 애매해진 것이 원인이다.
그 결과 인사 규모도 조직 기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배치 수준에 그쳤다. 5월 임원 승진자는 96명으로 전년도(2015년 12월) 135명 대비 약 30% 줄어들었다. 2014년 277명, 2015년 165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인사적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예년과 같거나 그 이상의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거두고 있는 호실적 역시 인사 폭 확대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인사의 기본 기조는 신상필벌"이라며 "실적이 좋다면 상도 더 많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승진 인사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계열사들도 실적에 따라 인사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SDS는 3분기 영업이익 181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4.6%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SDI도 3분기 영업이익 602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0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삼성화재는 3분기 영업이익이 784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조317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와 맞먹는 수익을 냈다. 삼성생명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은 다소 줄어들지만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임원인사 규모도 예년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약간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물산도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한 영업이익 2201억원을 기록했다.
◆검증된 젊은 피 수혈도
이번 삼성 인사의 포인트는 '검증된 50대'의 약진이다.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와 세대교체가 맞물릴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 2일 삼성전자가 실시한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7명의 평균 나이는 55.9세다. 가장 나이가 많은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의 나이는 58세, 가장 젊은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은 54세다. 삼성SDS도 61세 정유성 사장이 물러나고 57세 홍원표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도 58세 이동훈 OLED사업부장이 발탁됐다.
별도 인사가 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60세)도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자 사의를 표명했다.
사장단 연령을 감안했을 때 올해 삼성 임원인사 마지노선은 1960년생이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임원은 총 105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장급 이하 1960년 이전 출생자는 총 33명으로, 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인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권오현 회장이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고 윤부근·신종균 부회장이 CR 및 인재개발 부문 책임 역할을 맡은 만큼 이들을 보좌하는 역할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사업부문 등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부에서 많은 임원 승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능력 있는 임원을 대상으로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에서 삼성전자로의 보직변경 역시 점쳐볼만 하다.
계열사 역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견된다. 60세를 넘어선 대표이사를 둔 계열사가 많거니와, 신임 대표이사의 연령을 50대로 맞출 경우 임원 역시 대폭 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
삼성 관계자는 "깜짝 발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 인사도 성과주의였다"며 "부문장과 사업부장들이 각자 영역을 지키며 승진했으니 임원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젊어지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