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이 자재마트 1호점을 오픈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독산동 현장. /임현재 기자
레미콘 회사 유진기업이 공구 자재마트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공구 소상공인들이 발끈하고 있다.
기업의 소모성 자재, 즉 MRO(유지·보수·운영) 시장을 놓고 중견기업과 관련 소상공인들의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내년 상반기 공구마트 1호점 오픈을 위해 현재 서울 독산동에 부지를 마련,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레미콘, 아스콘 등을 제조 및 판매하며, 아파트 건설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최근엔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데이'를 오픈하기도 했다.
유진기업의 공구마트 1호점은 연면적 2499㎡, 지상 3층 규모로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현장 인근은 홈플러스, 하이마트, LG베스트샵 등이 있는 독산동의 중심상권에 속한다.
유진기업은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20곳 가량의 직영점을 추가로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은 이번에 공구마트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미국의 공구 전문 소매협동조합 '에이스 하드웨어'로부터 경영 지도까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스 하드웨어는 1990년부터 해외 진출을 시작해 현재 아시아, 남미, 유럽 등 전 세계에 4800개 공구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유진기업의 이 같은 진출을 놓고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산업용재협회 안수헌 사무총장은 "청계천 공구단지를 비롯해 금천·가산 공구단지도 (유진기업의)공구마트 영향권에 들어간다. 판매 품목도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가맹점이 시작되면 전국에 있는 공구단지의 상당수가 생계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며 공구 마트 오픈 저지를 위해 해당 지역 국회의원 면담, 시위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구마트가 들어서는 가산동 일대의 공구 관련 소상공인들도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인근 공구단지내 한 소상공인은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생각하면 된다"며 "독산동처럼 쇼핑하기 편한 곳에 소규모로 계속 오픈하면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장사할지 막막하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지금 있는 가산공구단지에서 유진기업이 오픈하는 공구마트까지는 차로 약 15분 정도로 가깝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관계자는 "이번 공구마트는 기존 공구단지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공구단지는 대부분 관련 산업 전문가가 찾는다. 이번 자재마트는 DIY 아마추어나 일반 소비자들을 주고객으로 할 계획이다. 판매 품목은 협회에 등록된 것만 3500여 개에 달해 기존 공구단지 판매 제품과 겹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방문하는 고객층은 전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