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500만 명의 고객이 몰렸다. 각각 출범 7개월, 3개월 만에 국내에서 고객 수가 가장 많다는 KB국민은행의 6분의 1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찻잔 속 미풍이 아니라 은행권 태풍으로 부상한 셈이다.
향후 승부처는 주택 관련 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월세대출을 100% 비대면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신용대출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지만 성공할 경우 건당 대출규모가 큰 만큼 성장속도는 가팔라질 수 있다.
5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계좌개설 고객 수는 435만명으로 집계됐다. 예·적금 규모는 4조200억원, 대출은 실행 잔액 기준으로 3조3900억원에 달한다.
출범 첫날에만 24만 계좌가 만들어지며, 지난해 시중은행이 기록한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 15만5000좌를 웃돌았다. 전체 기간으로 보면 하루 평균 4만3500명이 가입한 셈이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달 말 기준 56만 명이 계좌를 개설했고, 수신과 여신 규모는 각각 9300억원, 7000억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2곳의 고객수를 합하면 총 491만명. 국민은행의 9월 말 기준 3050만 명과 비교하면 불과 몇 달만에 6분의 1 수준까지 추격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유실적률(한 번이라도 사용한 비율)은 시중은행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52%로 초기 '깡통계좌'가 많다는 오명에서도 벗어났다.
고객몰이 뿐 아니라 그간의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나 비대면 서비스 출시 등을 감안하면 새로운 변화를 이끈 '메기'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관건은 앞으로도 이런 변화의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이번에 내민 도전장은 주택 대출이다. 케이뱅크는 주담대를, 카카오뱅크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로 차별화했다.
사실 주택 관련 대출은 신용대출과는 달리 제출 서류에 복잡한 절차 때문에 100% 비대면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상품이었다. 기존에는 비대면 상품이라고 해도 한 번은 계약서를 가지고 은행을 방문하거나 반대로 은행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야 했다. 따라서 간편한 방법으로 100% 비대면이 가능할 지에는 은행권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본부장은 "앱을 활용해 사진 촬영이나 스크래핑 등 비대면 수단을 통해 서류 제출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복잡한 금리우대 조건을 없애고 주말실행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역시 "전·월세 대출은 은행 대출 상품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만약 모바일로 구현만 할 수 있다면 기존 은행의 대출상품은 다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주담대는 담보물이 확실한 만큼 위험가중치가 낮아 신용대출보다는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이 덜 하지만 건당 대출 규모는 신용대출을 크게 웃돈다.
케이뱅크는 이미 2차 증자 방침을 밝힌 바 있고, 카카오뱅크는 경영상황 등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건전성 비율 등을 지켜야 하는 만큼 향후에도 필요하다면 주주와 협의해서 시기 적절하게 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공동대표는 "은산분리 관련 법안이 바뀌지 않는다고 은행이 어려워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혁신 속도는 느려질 수 밖에 없다"며 "관련 법이 가능한 빨리, 꼭 바뀌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