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 미국 뉴욕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웃고 있다. /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리나라 국빈방문이 7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당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가 어느때보다도 엄중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동맹국인 두 나라 정상의 입에 주변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7일 정오께 한국에 도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엔 평택 주한미군기지 방문→단독·확대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문화공연 등을 포함한 국빈 만찬을, 이튿날인 8일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가족 격려→국회 본회의 연설→국립현충원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을 떠난다.
한국에서 약 24시간을 머물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앞서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평택 주한미군기지 방문은)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군 통수권자로서 북핵 문제의 직접 이해 당사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에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직접 확인하고, 한국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공약과 한·미 동맹 발전에 대한 의지를 재차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세번째, 한국에선 처음 만나는 두 정상간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의제가 '한반도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양국이 긴밀한 군사동맹을 재확인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방안 모색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으로는 앞서 한국과 미국이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주요 의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우리 국회에서의 연설도 계획하고 있어 한반도 문제와 한·미 FTA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추가 방향제시는 이때 더욱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만났던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위협적 행동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고의 강도와 압박,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또 한국이 최첨단 군사자산을 획득하고 배치하는데 미국이 힘을 보태기로 합의한 바 있다. '최첨단 군사자산'을 놓고 일각에선 핵추진 잠수함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큰 틀에서 미국이 적극 지원키로 약속을 했을 뿐 '자산'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협의가 한창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 양국은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란 대의에는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문 대통령도 이달 1일 있었던 국회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다시 한번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두 정상간 오갈 한반도 이슈는 이같은 명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견지해온 대북 강경 노선이 이번 한국 순방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고 결과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8일 예정된 국회 연설은 내용 등에서 외교 관례상 완벽한 사전 조율이 쉽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활용, 북한 문제를 놓고 '돌발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몇 차례 협의해 온 결과 몇 가지 방안을 최종 검토했다"면서 "빠르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전에 어떤 발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미 FTA 등 교역 문제도 이번 대화 테이블의 핵심 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백악관 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선 경제 문제를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기존에 체결한 FTA의 개정에 합의하고 실무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개정 합의가 '원점 복귀'가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고, 협상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공청회 개최, 국회 보고 등 우리의 통상절차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임을 수 차례 강조해왔다.
하지만 재협상 절차엔 이미 들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수 차례 '한·미 FTA 폐기'까지도 요청하고 있는 터라 이를 놓고 이번 짧은 일정에서 의견 일치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과 관련,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해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핵과 미사일 등 한반도의 안보 현실이 매우 엄중해 한미 간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서의 포괄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이같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이것이 25년 만에 이뤄지는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담긴 의미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며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으로, 이를 통해 미국과 우리나라가 굳건한 동맹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