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제품들이 국내외 청소기 시장을 달구고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LG전자 코드제로 A9, 유진로봇 아이클레보 오메가, 삼성전자 파워봇 스타워즈 에디션, 레이캅코리아 레이캅RX. /각사
최근 청소기 시장에서 유래 없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선 청소기가 무선으로 변모한데 이어 상중심 청소기가 시장 대세로 떠오르며 제조사별 점유율 경쟁이 붙었고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IoT 신기술과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들의 싸움이 치열하다.
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청소기 시장이 크게 세 분류로 나뉘었다. 상중심 무선청소기와 로봇청소기, 다양한 상황별 특화형 청소기가 그것. 최근 집계에 따르면 10월 국내 전체 청소기 시장의 매출 절반(52%)을 상중심 무선청소기가 차지했다. 다양한 제품 중에서도 특히 LG전자가 선보인 '코드제로 A9'의 약진이 돋보인다. 지난 6월 출시된 코드제로 A9은 출시 8주 만에 4만대 넘게 팔리며 국내 청소기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흡입력을 향상시켜 유선청소기와 다를바 없는 성능을 자랑하며 탈착형 배터리를 채택해 80분까지 연속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소비자의 선택이 이어지며 코드제로 A9은 LG전자 실적마저 견인했다. 청소기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H&A 사업부문은 지난 3분기 매출 4조9844억원, 영업이익 424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 LG전자는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등 신성장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9월 상중심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출시하며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시장을 키워온 다이슨은 다양한 CF를 앞세우며 국내 시장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다만 업계는 40%대였던 다이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양한 IoT 기능을 앞세운 가운데 유진로봇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가성비를 내세웠고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워봇은 CES 2017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핵심 기능을 자랑한다. 집 구조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내비게이션 카메라', 닿기 힘든 가장자리까지 청소하는 '엣지 클린 마스터', 야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스마트 홈' 기능이 무기다.
LG전자 로봇청소기는 6~7세 어린이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는다. 연말에 출시할 예정인 코드제로 R9는 집 구조를 스스로 파악한 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거실만 청소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거실 범위를 파악해 청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 중 먼지가 많거나 모서리를 만나면 흡입력을 자동으로 높여 깔끔하게 청소하는 기능도 갖췄다.
국내 중견기업인 유진로봇은 가성비에 무게를 둔 로봇청소기를 선보인다. 제품 가격을 높이는 신기술을 덜어내는 대신 흡입력과 맵핑 성능 등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유진로봇 아이클레보는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무브러시모터(BLDC)를 탑재해 흡입력을 기존 제품 대비 110배 높이고 먼지가 많은 상황을 감지해 흡입력을 조절하는 인공지능을 갖췄음에도 30~5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청소가 필요한 상황별로 특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제품도 국내외에서 꾸준한 인기를 끈다. 일반 청소기로는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침구, 카펫 등에 최적화된 청소기가 그 예다. 레이캅코리아는 최근 무선 침구청소기 레이캅RX를 출시했다. 이 청소기는 먼지를 단순히 흡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펀치브러시로 분당 4만5000번 두드려 먼지를 털어내며 UV살균으로 침구 속 유해물질을 제거한다.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전원 케이블이 사라져 사용하기 더욱 편리해졌다.
일본에서는 물로 오염물질을 닦아내는 청소기도 등장했다. 일본 가전업체 시리우스는 물세척 청소기 '스위틀'을 선보였다. 일반 진공청소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이 제품은 2중 노즐 구조를 채택해 물을 흡입부위에 뿌리는 동시에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물세척 기능을 제공한다. 제조사는 애완동물의 냄새를 지워야 하거나 소스를 흘린 경우 세정제를 함께 사용해 세척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 따라 하중심 청소기에서 상중심 청소기로, 단순 기계학습 방식 로봇청소기에서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 로봇청소기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며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여러 제품들이 지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