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최근 ESC경영원 주최의 상생포럼에서 한중일 3국의 산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10년도 안 남았습니다. 2025년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성장동력을 다양화하고 소득·분배의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한국·중국·일본 등 3국의 경제를 분석하며 내린 결론이다. 안현호 전 차관은 최근 사단법인 ESC경영원이 주최한 '상생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안 전 차관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11년 지식경제부 제1차관으로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산업 쪽 정책을 실무에서부터 익혀 온 정통 관료다. 2011년부터는 한국무역협회에서 부회장을 맡았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수석비서관에 내정되기도 했다.
그는 일주일 정도 청와대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일자리수석비서관 내정이 철회돼 관가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는 그런 얘기를 일절 하지 않고 자신의 '전공'분야인 한·중·일의 산업구도에 대한 분석과 전망만 소개했다.
안 전 차관은 우선 중국에 대해 평가하며 "중국도 조만간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장률 달성이 중요했고, 이를 위해 양적완화를 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란 근거에서다. 안 전 차관은 "중국은 채권자·채무자 모두 정부에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급격한 경착륙 후 장기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앞으로 30년 가량은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이 점이 우리에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게 안 전 차관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의 주력산업은 크게 보면 전기·전자와 자동차다. 그런데 중국의 주력산업과 겹치는 게 많다. 이미 PC는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고 TV도 내년에는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스마트폰도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5위 안에 들지 못할 정도로 현지 업체들의 바람이 거세다. 인도에서도 중국 스마트폰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엔 '잃어버린 20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GDP가 정체상태이며 장기적으로는 서서히 쇠퇴할 것이라고 안 전 차관은 내다봤다.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펼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안 전 차관은 "일본이 미국에 적극적인 구애 정책을 펼치는 것이나, 우경화되는 이유도 동북아 힘의 균형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일본을 지탱하는 힘은 '히든 챔피언'들이다. 안 전 차관은 "일본에는 자동차, 부품소재, 정밀장비 등 세계적으로 절대 무너지지 않는 업종의 히든챔피언 2000여 업체가 있다. 이들이 그나마 일본을 지탱하는 힘"이라고도 했다.
한국은 어떨까. 그는 2025년이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기존 산업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또 다시 중국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예전 IMF 외환위기 때 대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혁신을 했다. 지금 기업들은 그 때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금융이나 중소기업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불균형 성장전략을 전면 개편하고 소득분배의 양극화를 해결해야 하지만, 그 전제조건으로 여타 부문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25년 이전까지 끝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