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 8명이 자유한국당으로 9일 공식 복당하면서 정계개편이 본격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각 정당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의 경우 복당 의원들로 인해 몸집을 키우게 됐지만, 이로 인해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의 내홍은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내홍으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금 이전의 '친박연대'·'바른정당' 등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날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황영철·홍철호 등 8명 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하며 공식 복당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서로 간 생각의 차이나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고 생각했다"며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우리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보수 대통합에 제일 먼저 참여하게 됐다"고 복당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환영의 뜻을 보냈다.
홍준표 대표는 "정치적 소신이 달라 일시 별거했던 분들이 다시 우리와 재결합하기로 했다"면서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좌파정부가 폭주 기관차를 몰고 가는 데 대해 우리가 공동전선을 펴서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정치적 앙금이 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앙금을 해소하고 좌파정부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국민적 여망으로 우리가 다시 뭉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자리에 김태흠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간담회 직전 SNS를 통해 "다시는 우리 당을 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하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다시 들어온다고 한다"며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김무성 의원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계 의원에 대한 탈당 조치에 이어 친박계의 판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 선 복당 의원들을 받아들인 지도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바른정당은 우선 '2차 탈당'을 막아냈다는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탈당 의원들로 인해 국회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된 만큼 정국주도권 등 영향력이 떨어져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때문에 이른바 '잔류파'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등을 통해 중도보수개혁 통합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권오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당 대표 후보 연석회의에서 "탈당 사태 이후 조금 혼란스러웠던 당내 분위기가 안정돼 간다"며 "13일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여러분의 기대 이상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정병국 의원도 "진정한 통합이 무엇인지 바른정당이 보여줄 때가 왔다"며 "보수와 중도까지 포함한 대통합에 매진하자"고 당부했으며, 유승민 의원도 "명분이 있는 중도보수개혁 세력의 통합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중도보수대통합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의당의 경우 더욱 문제가 복잡하다. 현재 국민의당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을 두고 안철수 대표측과 호남중진 의원들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바른정당과 마찬가지로 호남중진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최근 국민의당 의원들의 복당 문(門)을 열어두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