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9일 '예산·입법전쟁'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과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주춤했던 예산안 심사와 입법 공방에 여야는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예산안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사람중심' 소득주도성장을 지원하려면 원안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재정건정성에 문제가 생겨 미래세대 부담으로 이어질 예산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장기전망이라는 이름에 허망한 숫자 장난을 중단해야 한다"며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지적을 강력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해당 사업예산이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재원대책과 국가채무라는 핑계를 대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막상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궁색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무원 충원과 관련해서도, 소방관이나 경찰 충원 등 구체적인 내역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못하면서, 한편에서는 공무원 증원은 돈이 많이 든다며 초장기 재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원문제 때문에 소방관을 더 뽑지 말자는 주장이라면, 당당하게 소방관 증원에 반대한다고 주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청년실업률,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해서도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전략을 두 축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국민의 선택을 통해 정권이 바뀌었고, 새로운 정부가 일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야당은 사사건건 트집만 잡고 있다. 대체 자유한국당의 대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보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청년실업과 저출산이라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시급한 현실은 도외시하고, 최악의 가정을 바탕으로 40, 50년 뒤의 일을 걱정하자고 한다. 이는 당장 일자리가 없어서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걱정하는 청년들한테 50년 뒤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연금저축에 가입하라는 한가한 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예산 삭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 관련해서 우리당은 소위 좌파 포퓰리즘적 퍼주기 예산에 대해서는 과감히 손을 댈 것"이라며 "특히 불요불급한 예산 반드시 삭감돼야 할 예산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확실히 삭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상임위에서 이 예산들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제대로 된 계획이 없는 예산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삭감을 해줘야 예결위에서 제대로 심의할 수 있다"며 "간사 여러분 이 부분에 대해서 삭감 부분을 삭감해 주길 이 자리를 빌어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야 지도부의 분위기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복지정책을 두고 여야 의원들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투자가 좋지만, 되돌릴 수 없는 재정 경직성을 초래해 설계 변경이 대폭 필요하다"며 "아동수당은 2050년에 100조 원 가까운 재원이 소요될 정도로 점점 늘어날 텐데,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주는 보편적 복지에 기반한 아동수당의 효과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김종석 의원도 "노양 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사학연금 등은 지금 40대가 은퇴하는 2040년께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 정부가 쏟아낸 복지정책에 따라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련 기금 소진율은 더 높아서 (고갈 시점이 2040년께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우리나라는 복지 지체국"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당 홍의락 의원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예산을 빨리 합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야당의 비판처럼 재정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공무원 증원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