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부터 국악까지…장르 다양화 추구
배우·기 데뷔자·연습생 등 참가자 분야 폭 넓혀
착한 경쟁·진정성 바탕으로 시청자 사로잡아
우후죽순 쏟아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장르와 분야를 파괴하면서 분야별 다양화를 추구,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를 확대한 것이다. 탈락자 없는 경쟁, 재기 성취 등 무한 경쟁을 빗겨난 '착한 경쟁'이 진정성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악마의 편집' 없는 Mnet
몇 해 전부터 국내 예능계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붐'을 일으킨 Mnet은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내놨다. 지난 10일 오후 8시 10분 첫 방송된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이하 더 마스터)다.
'더 마스터'는 아이돌, 힙합 등 편중된 음악 시장에서 대중들이 잠시 잊고 있었던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큰 특징은 클래식, 국악, 뮤지컬, 대중음악, 밴드·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대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연출했던 신정수 국장이 Mnet에서 또 한 번 선보이는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프로그램은 언뜻 '나가수'를 떠올리게 한다. 연출자부터 MC를 맡은 윤도현까지 '나가수'와 연결고리가 있다. 그러나 '나가수'가 대중가요에 국한돼 있었다면, '더 마스터'는 장르의 폭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 10일 첫 방송분에서는 가수 이승환, 최백호, 소프라노 임선혜, 명창 장문희, 재즈 대모 윤희정, 뮤지컬 배우 최정원 등 6인이 무대에 올라 '운명'이란 주제로 경합을 벌였다.
탈락자 없는 경쟁 시스템은 '더 마스터'가 가진 본질적 목표와 궤를 함께 한다. 경쟁이란 포맷은 재미적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그간 TV를 통해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들려주는 것이 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극적 요소 없는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건 쉽지 않다. 신정수 국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정성'을 강조하며 "과연 시청자들이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고 봐주실진 모르겠지만 음악으로만 감상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와 달리 신 국장이 가진 대중에 대한 믿음은 첫 방송부터 결실을 거뒀다. 클래식 임선혜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1회는 케이블, 위성, IPTV가 통합된 유료 플랫폼 가구 시청률 기준 평균 1.4%로 순조롭게 출발했고, 그랜드 마스터가 발표되는 순간에는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했다.(Mnet, tvN 합산,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획일화된 음악 프로그램 시장에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 Mnet은 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아우르면서, 대중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곧 음원 차트 및 경쟁 프로그램 판도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치열한 경쟁, 목표는 '재기'
Mnet이 '음악'의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KBS와 JTBC 등은 '꿈'을 내걸고 숨은 보석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유닛'과 JTBC '믹스나인'이 그 주인공이다.
두 개 프로그램은 앞서 인기리에 종영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무한 경쟁'을 추구한다. 오디션, 미션을 통해 당락이 결정되기에 참가자들도, 시청자들도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다. 다만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희망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15분에 방송되는 '더유닛'은 현재 6회까지 방영됐으며, 126명의 참가자들이 부트 무대를 마무리하고 첫 번째 미션에 돌입했다.
Mnet '프로듀스101'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차별점은 분명 있다. '프로듀스101'이 시즌별로 남, 녀를 구분한다면 '더유닛'은 남녀가 함께 출연하고, 최종적으로 남, 녀 각 1팀씩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의 이력 또한 눈길을 끈다. 아이돌 데뷔가 최종 목표지만 기존 데뷔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아이돌 연습생, 무명 배우 등 분야별 폭을 넓혔고 나이대의 제한도 유연하다. 말 그대로 기회의 폭을 넓힌 것이다.
시청자들의 열기도 뜨겁다. 11일 오후 10시부터 시작된 유닛 투표로 인해 해당 홈페이지는 접속 마비를 겪었다. 또한 지난 6일 CJ E&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10월 4주(10월 23일~29일) 콘텐츠파워지수 순위 1위에 신규 진입했고, 25만 명 소비자가 참여한 '2018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인물·문화 부문에도 선정됐다.
'기회의 평등'은 아이돌 연습생들에게도 주어졌다. '믹스타인'은 빅뱅, 위너, 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국내 대표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직접 나선 프로그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양현석 프로듀서는 국내 70여 개 기획사를 찾아 400여 명의 연습생을 평가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한다. 남자 9명, 여자 9명으로 이뤄진 보이, 걸그룹의 데뷔를 최종 목표로 한다.
'믹스나인'은 JYP 등 쟁쟁한 소속사뿐만 아니라 중소 기획사까지 평가의 범위를 넓혀, 연습생들에게 제대로 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한다. 양현석 프로듀서, 승리 등의 신랄한 평가는 다소 논란을 부른 바 있으나 대형 기획사의 프로듀싱 아래 어떤 이들이 빛을 볼지 기대를 모은다.
이렇듯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의 양상은 조금씩 결을 달리하고 있다. 경쟁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진정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이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