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을 어음으로 먼저받는 중소기업들은 최종 대금을 손에 넣기까지 무려 110일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정 대금 지급 기한(60일)보다 약 50일이 더 긴 시간이다.
또 일감을 주고받는 하도급 계약시 절반이 넘는 58% 가량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피해구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는 27일부터 내년 4월까지 제조·건설 등을 영위하는 약 6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7 수·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들간 불공정거래 행위를 집중 파악할 계획이다. 특히 대형마트 3개사와 이들 마트에 자체상표(PB) 상품을 납품하는 기업 90개사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내놓은 '2017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댓가로 받는 어음은 평균 수취기일이 34.4일, 평균 만기는 75.3일로 총수취기일이 109.7일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납품일 기준으로 60일을 초과해 어음결제가 이뤄질 경우 법정할인료를 지급해야하지만 이를 받지 못하는 업체도 70.9%에 달해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들은 어음결제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제조업체가 지급받는 하도급대금 결제수단은 현금(현금성 포함)이 77.9%였지만 어음도 여전히 21.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금을 받는 평균 기간은 33.2일로 법정수취기간 60일을 크게 앞섰다.
앞서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자금난 원인의 하나로 약속어음 제도를 지목하고 이를 폐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까지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현금지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도급 계약체결 시 의무 사항 등이 적힌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는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58.2%로 나타났다.
다만 하도급거래가 불공정하게 이뤄진다고 응답한 업체는 5.6%로, 지난해 조사 결과(11.2%)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업체 49.8%는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했지만, 납품단가가 상승했다는 업체는 17.8%에 불과해 원가 상승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제조업체들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개선방안(복수응답)으로 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 강화(49.6%), 법·제도 개선(47.8%), 주기적 실태조사 및 직권조사 실시(34.6%) 등을 꼽았다. 또 수급사업자의 불공정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및 확대(50.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기중앙회 김경만 경제정책본부장은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확산을 통해 거래 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중소제조업체에 부담이 전가되는 어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가 실시할 계획인 수·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 대상은 위탁기업 1500개사와 이들 기업과 거래한 수탁기업 5000개사다. 조사 대상 거래 기간은 올해 2분기(4월 1일∼6월 30일)다.
위탁기업이 납품대금을 기한(60일) 내에 지급했는지, 기한을 넘길 경우 이자를 제대로 줬는지,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낮추지 않았는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조사는 온라인조사시스템을 활용해 3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에선 온라인으로 위탁기업의 납품대금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2단계에서 온라인으로 수탁기업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3단계로 위반 혐의가 있는 위탁기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한다.
1단계 조사 결과 대금 지급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에는 자진 개선 기회를 주고 자진 개선하지 않은 기업은 현장조사를 통해 위법 여부를 확인한다.
현장조사 후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벌점 부과와 함께 개선 요구를 하고, 개선 요구에 응하지 않은 기업이 있으면 그 명단을 공표한다.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는 위탁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관해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