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음양오행 론에 입각한 사주 명리 학을 기초로 주역 점법을 접목하여 운명을 감정한 때도 있었다. 그 때 발견하게 된 신기한 일은 명리 학으로 보나 주역 점법으로 보나 나오는 결과가 흡사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역의 과학적 체계에 몹시 감탄한 적이 있다. 다만 괘사의 명칭도 쉽지가 않고 풀이 역시 이중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참으로 그 마음이 진정하면서 겸손하지 않으면 바른 괘를 뽑는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 가지를 여러 번 합하고 고르는 과정 역시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한 것도 괘를 뽑는 사람의 마음속이 차분해야 함은 물론 다른 복잡한 일로 마음이 산란되어서도 역시 안 되는 일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주역의 번역서들이 있지만 물론 일일이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스승이신 고 이병렬선생님의 풀이는 핵심만 간결하게 잡아 괘마다의 길하고 흉함을 잡아주셨던 터라 사주명조 결과와 대비해 봄에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주역 점을 함께 대비하지는 않는다. 그동안의 방증 역시 감명의 결과가 다르지 않게 나오기도 했거니와 상대적으로 시간 역시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주역은 지극히 과학적인 질서와 체계를 지니고 있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종종 신비한 것으로 치부되는 이유는 먼저 글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문 자체가 어렵고 괘사의 풀이가 은유적인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은 주역의 괘 하나하나가 자연의 구성 요소와 변화하는 양상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즉 우주와 지구 인간과의 전체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양새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운명과 사건의 전개를 예측함은 물론 그 가운데 처신의 지혜와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주역에 대한 인식은 일개 점서(占書) 정도로 인식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모든 만물은 음(陰)과 양(陽)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음과 양이 다시 무궁하게 음과 양을 낳으며 전개된다고 보고 그 나타나는 경우를 64괘로 정리한 것이다. 그 각각의 64괘의 모습과 의미를 담은 것을 괘사(卦辭)로 표시하고 풀어서 인간의 운명이나 사건의 전개를 예측하였으니 이러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흔히 말하는 주역점인 것이겠지만 원래는 시절과 때를 알아 군자(君子)라면 취해야할 행동거지와 마음가짐에 대한 기준과 교훈으로 주역을 공부하게 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역은 사서삼경 중의 하나로써 숭상되었던 것인데 이를 두고 미신이라고 말하는 혹자들을 보게 되면 참으로 하룻밤 강아지처럼 세상을 모르고 천지자연의 교훈을 모르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