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정환희 LED연구소장이 기자들에게 'UV-C(자외선) LED'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LG이노텍이 자외선을 내뿜어 세균·곰팡이를 없애는 LED 제품을 선보이며 향후 정수기 등에서 필터를 사용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LG이노텍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로 살균 자외선 출력이 100mW(밀리와트)에 달하는 'UV-C(자외선) LED'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업계가 2020년에나 가능할 것이라 전망한 기술로, LG이노텍이 2년 앞당긴 셈이다.
UV-C LED는 자외선 중 파장이 200~280㎚(나노미터)로 짧은 자외선을 방출하는 첨단 반도체 광원이다. 외관은 일반 LED 램프와 비슷하지만 세균의 DNA를 파괴해 살균 효과를 낸다. 광출력이 높을수록 더 강력한 살균 장치를 만들 수 있지만 발열 등으로 안정적인 품질 확보가 어려워진다. 시장을 이끌어온 일본 업체들도 100mW UV-C LED 출시를 2020년으로 계획했을 정도다.
LG이노텍은 광출력 100mW 제품을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100만 마리 세균이 1000개로 떨어지면 99.9% 살균된 것으로 표현한다. LG이노텍은 UV-C를 적용하면 중간 출력으로도 99.9% 살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흐르는 물이나 공기도 살균할 수 있어 공기청정기 등 생활 가전에 우선 적용하고 자동차와 빌딩 공조시스템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환희 LED연구소장은 "기존 가정용 1~2mW급 UV-C LED는 정수기 안에 모아진 물을 살균하거나 휴대용 살균기에 쓰였다"며 "출력이 약하기에 빠르게 흐르는 물이나 공기는 살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mW 제품은 이것이 가능하기에 직수 정수기에서 바로 물을 살균하거나 공기청정기 내부에 심어 공기를 살균할 수 있다"며 "메르스 사태 당시에 UV-C가 있었다면 38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의 'UV-C LED'가 적용된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용 살균기(오른쪽 끝) 등 관련 제품이 전시됐다. /오세성 기자
그는 "제조사와 설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필터 없는 제품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수처리는 화학약품을 많이 썼는데 2차적인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UV-C는 부산물이 없어 오염이 없다"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이를 위해 계열사인 LG전자 가전사업부문(H&A)과 많은 협의를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LG전자 시그니처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뷰티 디바이스 LG 프라엘 등이 UV-C가 적용된 대표 협력 사례다. 다만 같은 계열사로 해수담수화, 폐수처리 등 대규모 수처리 사업을 육성 중인 LG화학과의 협력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조사업체 LED인사이드에 따르면 UV LED 시장은 지난해 1억6600만 달러(약 1800억원)에서 2020년 5억2600만 달러(약 5722억원)로 세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UV-C LED도 2800만 달러에서 2억4400만 달러로 약 9배 늘어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