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수한 플런티의 인공지능(AI) 서비스 설명. /플런티
삼성전자가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AI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는 조직개편과 사업지원TF 출범 이후 첫 M&A로, 향후 AI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대화형 AI 챗봇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를 인수했다. 네이버와 다음 출신 개발자들이 모인 플런티는 지난 2015년 영어 버전 챗봇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챗봇 빌더 '플런티.ai'와 답변 추천 애플리케이션 '플런티'를 서비스해왔다.
플런티는 상대방이 보내온 텍스트 메시지에 적절한 답변을 추천해준다. 머신러닝을 통해 답변이 정교해지며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서 사용 가능했다. 플런티.ai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고객 응대가 가능한 챗봇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주문과 주문 내용 수정, 결제 등의 서비스가 가능한 챗봇을 카드 형식의 인터페이스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인수 계약을 통해 플런티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기술은 모두 삼성전자로 이전되며 열 명 남짓한 플런티 구성원들도 28일부터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했다. 플런티의 IP와 기술 확보로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AI 빅스비도 큰 폭의 발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플런티 황성재 공동창설자 겸 CPO는 SNS를 통해 "이번 인수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과 기술 스타트업 사이의 협력과 인수가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지수 무선개발실 상무도 "국내 인공지능 기술 저변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인재를 찾고 더불어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플런티 인수는 지난 22일 무선개발1실과 무선개발2실을 통합하고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삼성리서치로 통합하는 등 일대 조직개편을 거친 뒤 처음으로 나온 M&A다. 삼성전자가 향후 미래 먹거리 창출 방향을 AI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자사 음성인식 AI 빅스비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22일 조직개편에는 삼성리서치 산하 AI센터 신설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8에 음성인식 AI 서비스 빅스비를 처음 탑재했고 7월 영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 글로벌 AI 포럼에서 윤부근 부회장은 "AI가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빅스비 품질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신설된 AI센터는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해결방안이다. 기존 AI 사업은 무선, 생활가전, VD 등 각 사업부에서 운영돼 연구개발에서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개발 역량이 산발적으로 흩어진 탓에 IT·모바일(IM)부문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이 AI 기술력 차이도 발생했다. 향후 빅스비가 스마트폰 외에도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탑재돼 사물인터넷(IoT) 핵심 플랫폼이 되려면 이러한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삼성전자는 AI센터를 통해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기술력 차이를 해결하는 동시에 부문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AI 인력을 통합해 사업을 키울 방침"이라며 "세트(제품) 사이 벽을 허물고 서로 연결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삼성 사물 인공지능(Intelligence of Things)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AI 서비스 빅스비에 가장 필요한 기술은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생각하는 '자연어 처리'"라며 "이러한 기술에 특화된 챗봇 서비스를 인수하고 자연어 처리, 빅데이터 분석 등 AI 기술을 연구하는 AI센터를 세운 것을 볼 때 삼성전자 AI 서비스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