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간판을 내건지 127일만에 본격 출범하면서 풀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기존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처로 격상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현 정부 들어 유일하게 청→부로 승격되면서 신생 부처에 거는 기대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기부가 관장하는 소상공인, 벤처기업, 중소기업들의 바람도 상당하다.
30일 닻을 올린 '홍종학호'의 중기부는 이같은 기대와 무게를 한 몸에 안고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중기부가 출범하면서 업계가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과 '판로 개척'이다.
중소기업학회가 지난 5월 내놓은 '새 정부 중소기업정책 혁신전략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정책은 기존 중기청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 걸쳐 290여 개가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과거 중기청이 산업부의 외청이던 시절 '반쪽짜리 정책'을 폈던 것에서 벗어나 소상공인, 중소·벤처기업 관련 모든 정책을 부처, 지자체 등을 넘나들며 조정하고, 컨트롤해야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중기부 출범식 축사를 통해 "(중기부는)정책 집행만하는 수행기관이 아니다"라며 "정부 각 부처의 다양한 중소기업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로는 중소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기술이 좋아 질좋은 제품을 만들었더라도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이 약해 제대로 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중기부로 탈바꿈을 하는 과정에서 수출 시장 개척과 해외시장 정보 제공 등을 하고 있는 산업부 산하의 코트라(KOTRA)를 중기부로 가져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일부에서 제기했던 것도 바로 판로의 중요성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부 산하의 중소기업진흥공단, 국내 판로를 담당하고 있는 공영홈쇼핑,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판로를 지원하는 산하기관들의 기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지금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같은 '중소기업수출유통공사'라도 만들어 국내외 판로를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해묵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 골목상권 침해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도 ▲불공정행위 처벌기준 강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근절 ▲소상공인 생계형 업종 법제화 ▲의무고발요청권을 고발권으로 강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등 시장의 공정성을 확립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77% 중소기업인들이 기업 거래환경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기술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 내부거래 등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공정, 불합리, 불균형의 3불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공정경제의 초석을 튼튼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도 취임 후 출입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기술탈취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관련해선 빠른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 장관은 이날 출범식에서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점포규제 ▲인터넷 포털규제 ▲임차상인 보호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골목상권 지킴이 4종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중기부의 몫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자칫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우리 주유소 뿐만 아니라 주변 주유소도 대부분 사람 대신 '셀프주유기'로 대체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일반 주유기가 대당 150만~200만원 하는 반면 셀프주유기는 이보다 10배 가량 비싸 초기 투자부담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빠르게 오른다면)중장기적으론 사람을 쓰는 것보다 낫겠다는 판단이다"고 토로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는 현행 주 68시간 근로를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휴일근로 할증, 특별연장근로 등의 제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경우 연간 총 소요비용은 12조3000억원 가량에 이르고 이 가운데 70%인 8조6000억원을 중소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중소기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과 맞물려 방향을 잘 잡았다"면서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도 이젠 사람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