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가뭄을 해소할 '드라마 스테이지'가 안방을 찾는다. 총 10개의 작품은 모두 신인 작가들의 손끝에서 완성된 만큼 더욱 의미가 깊다. CJ E&M이 장을 열고, 신인 작가들이 날개를 펼친 '드라마 스테이지'가 단막극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단막극 열풍까지 선도할 수 있을까.
3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tvN '드라마 스테이지'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이주승, 김예원, 조우진, 신은수, 정제원이 참석했다. 또 최지훈 작가와 윤성호, 윤현기, 이윤정 감독, 김지일 오펜(O'PEN) 센터장이 함께 인터뷰에 나섰다.
'드라마 스테이지'는 신인 작가들의 '데뷔 무대'라는 의미를 담은 tvN 단막극의 명칭이다. 특히 CJ E&M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 '오펜'(O'PEN)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기대를 모은다.
'드라마 스토리텔러 단막극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10편의 작품은 올해 초부터 심사를 시작했다. 김지일 오펜 센터장은 "3000여 편의 작품 중 10편이 선정됐다. 자유로운 형식을 갖고 실험적인 것을 하고자 한다"면서 "신인(작가)들이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주옥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작가들은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기에 함께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10편을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오펜'이나 '드라마 스테이지'가 가진 색깔이라 할 수 있다"며 "방송사나 제작사의 감각적인 프로듀서들이 작품을 심사하게 했고, 단편 영화 감독님들이 심사 과정에 참여했다. 마지막에는 TV에서 단막극을 연출하시는 분들이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10편의 작품은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30대 여성들의 직장, 가정 생활 등 이 시대 젊은층, 중년층이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이야기들이 선정됐다.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 포스터/CJ E&M 제공
12월 5일 첫 번째 작품을 시작으로 총 10편이 편성된 가운데 최지훈 작가의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이 출발선에 서 있다. 이 작품은 낮에는 건축회사 대리로, 밤에는 '미리내'라는 필명의 인터넷 소설 로맨스 작가로 활동하는 박대리의 이중생활을 그린다.
자신의 작품으로 '드라마 스테이지'를 시작하게 된 최지훈 작가는 "신인 작가들에게 단막극은 유일한 길이다. 신인이 미니시리즈로 바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단막극)은 신인이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생각한다. 경이로운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 작가의 데뷔작을 함께 하게 된 배우는 이주승과 김예원이다. 김예원은 "단막극이란 작업에 대해 늘 흥미롭게 생각해왔다. 어떻게 보면 장편 드라마보다 모험적일 수 있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담는다는 느낌 때문인지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막극에 대한 호감도 있었고, 윤성호 감독님의 특유의 유머가 (작품에) 섞여 나올 거란 믿음이 있었다. 또 이주승 배우까지 두 분과 함께 하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찾을 수 있겠단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B주임과 러브레터' 포스터/CJ E&M 제공
'B주임과 러브레터'는 신수림 작가의 작품이다. 윤현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조우진과 송지효가 로맨스 호흡을 펼쳤다.
매 작품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를 가진 조우진에게 로맨스는 흔치 않은 장르다. 그는 "멜로 드라마에 참여한 건 천지개벽과도 같다. 그 와중에 송지효 씨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송지효 씨는 상대 연기자와의 호흡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리액션 하는 배우다. 많은 테이크를 가진 않았지만 두 세 번 정도 갈 때마다 저도 다르게 하려고 하는데, 송지효 씨도 그렇게 하더라. 그러다보니 저 또한 매 장면, 매 회차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을 가게 됐고, 그렇게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 신은수, 정제원이 주연을 맡은 '문집'은 신하은 작가와 이윤정 감독의 손에서 완성됐다. 이윤정 감독은 신인인 신하은 작가와 함께 작업한 소감에 대해 "감독과 작가는 부부의 연처럼 서로간 속에 있는 얘기를 하면서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예민한 관계다. 그걸 잘 풀어가려면 서로간의 훈련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인성이 돼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신 작가님은 참 탁월한 분이다. 스토리의 중심을 잡는 게 탁월하고, 작업 속도도 빠르다. 에너제틱한 분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규직 입성을 위해 탬버린을 두 손에 쥔 계약직의 이야기인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극본 김동경), 초능력을 이용해 첫사랑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그린 '직립 보행의 역사'(극본 최성욱/연출 장정도) 등이 방송될 예정이다.
'드라마 스테이지'는 그간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CJ E&M으로선 실험적인 행보라 볼 수 있다. 특히 단막극은 시청률 등 시장성 측면에서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CJ E&M이 신인 작가 육성 프로그램인 '오펜'을 계속 이어가고 '드라마 스테이지'의 내년 방영까지 고려하는 이유는 뭘까.
김 센터장은 "올해 30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됐는데, 대한민국에서 (활동이) 가능한 작가들이 3000여 명이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따라서 CJ E&M은 '오펜'을 통해 신인 작가들의 디딤돌이 돼 주고, 나아가 그들이 드라마 작가로서 입지를 세울 때까지 꾸준히 지원할 방침이다.
김 센터장은 "올해는 10작품이 '드라마 스테이지'로 방영되고, 작가는 총 20명이 선정됐다. 내년엔 '오펜' 2기를 뽑을 예정인데 1기에 뽑힌 작가들이 원한다면 5년이건 10년이건 꾸준히 관계를 맺고 드라마 작가로서 입지를 세울 수 있도록 함께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윤정 감독 역시 단막극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이 감독은 "단막극은 꼭 필요하다.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안다. 15년 만에 단막극을 만들게 됐는데 이런 기회가 주어져 굉장히 감사하다"면서 "단막극은 시장성이 없다고 배척되는데 시장성은 한 번에 생기는 게 아니다. 신인의 교육장이냐는 비난도 있는데 저희가 가장 힘써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가 없다면 작품이 상품화 되는 과정, 이후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과정에서 힘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드라마 스테이지'에선 새로운 걸 많이 했다. 이 말은 (신인들에게) 장기자랑을 하라는 게 아니다. 저희가 시장에서 가진 가장 큰 힘은 창조력인데, 기존 패턴을 답습하기보다 자신다운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단막극은 그걸 이뤄가는 가장 좋은 장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 E&M의 '오펜', 그리고 '드라마 스테이지'를 발판으로 단막극 시장이 다시금 토대를 쌓아올리고, 과거와 같은 부흥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드라마 스테이지'의 첫 번째 작품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은 오는 2일 자정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