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 신용대출이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올 들어 최대폭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누르자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렸다. 주담대 규제를 강화해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금리 상승기에 부담이 더 큰 고금리 대출만 늘어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7조4068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803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으로 보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늘어났다.
여기에 여신상품으로 개인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증가분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초 89조2523억원에서 8조원이 넘게 급증했다.
상반기 증가세가 제한적이었던 개인신용대출은 5월부터 본격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8.2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조7729억원, 1조7803억원 규모로 신용대출이 급증했다.
각종 규제로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 이들이 신용대출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담대는 하반기 들어 증가세가 주춤하다.
11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75조5063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2721억원 증가했다. 증가세는 이어졌지만 규제 강화가 실제 적용되기 이전인 8월 2조4654억원보다는 꺾였다.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금리인상로 접어든 만큼 가계부채를 잡으려다 오히려 질만 더 악화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인상기에는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금리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며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 이용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