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증권 사장으로 누가 선임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은행 출신보다 '증권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임기 만료인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각자대표 체제는 갈무리될 전망이다. 옛 현대증권 인수 이후 조직이 안정화됐고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윤 회장 연임 체제로 들어선 만큼 단독 대표 선임이 유력하다.
6일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올해 말 임기가 마무리되는 KB증권의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 체제를 끝내고 단독 대표를 선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면서"윤 회장이 KB증권 내부출신을 선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오는 18일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KB증권 내부 인사 중에서 단독 대표를 선임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KB증권 한 관계자는 "은행 출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장기적인 안목보다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무엇보다 조직 화합 차원에서라도 이제는 내부출신 CEO가 선임돼야 한다는 것이 사내 여론이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KB금융 안팎에서는 계열사 협업 차원에서 KB금융이 소속 부사장을 자회사 대표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KB금융지주 소속 임원 전귀상 기업투자금융(CIB) 총괄 부사장과 이동철 전략총괄 부사장, 박정림 자산관리(WM)총괄 부사장 등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KB증권 내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숙제인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필요해서다. 은행 집중도가 높은 국내 금융지주 특성상 KB금융은 윤 회장이 지휘봉은 잡은 후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가 늘어나면서 지주 실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윤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후 "대출 위주의 개인금융에서 중소기업 투자 등 기업금융 위주로 중심축을 옮길 것"이라며 "KB증권의 기업투자금융(CIB)·자산관리(WM) 업무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CIB가 강했던 옛 현대증권 직원을 대상으로 WM 서비스 등 소매 금융을 강화하고 있다"며 "KB증권 위주로 비은행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력한 증권DNA가 필요하다는 게 윤 회장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라이벌이던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신탁(현 하나금융투자)에서 얻은 교훈이다. 1993년 한국투자신탁이 현재 여의도 사옥으로 이전하자 바로 옆집 라이벌이었던 대한투자신탁은 사옥을 무조건 한투보다 높게 지으라고 했다. 대한투자신탁이 3층 더 높게 사옥을 짓자, 한국투자신탁은 '건물 전체 면적은 더 넓다'라며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대우채 환매사태(1990년)' 등 위기를 거치며 각각 증권업, 은행업을 위주로 하는 금융사에 매각됐다.
20여년이 지난 두 회사의 운명은 엇갈린다. 증권업 위주의 한국금융지주에 편입된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톱2(순이익 기준)'자리를 굳혔다. 반면 은행 DNA를 고집하던 하나금융그룹은 뒤늦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그룹의 키를 쥐(2012년)면서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은행DNA를 접목했다가 얻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시장중심의 증권사가 은행 및 보험 중심의 시스템을 따르다간 업의 본질과 경쟁력을 모두 잃을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업 위주의 금융지주사에 편입된 증권사에 무리하게 은행DNA가 심어진다면 활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영원한 증권맨 박현주 회장이 이끌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도 증권 DNA를 적극 활용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KB금융도 하나금융투자의 전철을 밟다가는 자칫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면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증권업이 살수 있는 방안은 업을 가장 잘아는 적임자가 이끄는게 답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