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변증남 교수(뒷줄 맨 오른쪽)와 제자들이 1979년 최초의 국산로봇 머니퓰레이터인 카이젬(KAISEM)과 함께 촬영한 사진 /UNIST
고인이 된 대학 교수가 '대한민국 로봇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의 영예를 안았다. 주인공은 올해 2월 별세한 故 변증남 명예교수다. 대한민국 로봇대상에 고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인은 6일 오후 4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시상식 및 로봇인의 밤'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행사에는 고인의 아들인 변영재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와 유족들이 참석해, 변 교수가 대리 수상했다.
아들 변영재 교수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버지를 기억해주시고 큰 상을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인이 한평생 애써온 로봇 분야가 더욱 발전해서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고 변 교수는 '대한민국 로봇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국내 로봇학계와 산업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 1977년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한평생을 과학기술에 헌신했다. 특히 '재활·복지 보조로봇'과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 분야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부터는 UNIST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대학의 틀을 잡는 데 기여했다.
특히 국내 로봇공학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인 1978년부터 로봇 연구를 시작, 1979년에는 최초의 국산로봇 머니퓰레이터인 '카이젬(KAISEM)'을 개발했고, 1987년에는 최초의 사각보행로봇 '카이저I(KAISER I)'을 개발하면서 국내 보행로봇 연구를 선도했다.
1990년부터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로봇 기술에 집중했고, 1999년 설립한 '인간친화 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ERC)'를 통해 지능형 주거 공간, 작업장 보조 로봇, 수술 보조 로봇 등을 주제로 연구해 '보조로봇 및 인간-로봇 상호작용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에는 로봇공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조셉 엥겔버거 로보틱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살아생전 "우리나라가 지능로봇 기술 강국이 되려면 로봇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학생들에게 "항상 꾸준히 널리 배우고 열정을 가지라"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