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전통은 단연 선불교이다. 그런 역사 속에서 "이 뭣꼬?"라는 의문을 명제로 하는 화두참선은 부처님의 법을 깨닫고 체득하는 훌륭한 한 갈래로서 조사선(祖師禪)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부처님이 세상법의 이치를 깨달으시고 정각을 이룬 방법 또한 깊은 명상에서였다. 진리를 찾아 6년간의 외도 수행 끝에 결국은 기존의 종교적 가르침이나 수행법이 모두 잘못 되었다고 느끼고 올곧게 보리수 아래 좌정하신지 몇 주 만에 정각(正覺) 해탈지(解脫智)를 증득한 것이다. 이후 모두가 각각 불성을 지님을 모르고 무명에 쌓인 중생의 제도를 위해 바른 깨달음을 얻는 단계를 '37도품'이라 이름 붙이어 자애롭지만 엄중하게 출세간 제자들을 이끄셨을 뿐만 아니라 재가자에게도 가르침을 폈다. 석가모니부처께서 결국 깨달음에 이르신 그 방법 단적으로 얘기하면 명상참선이 될 것이다. 성인이라 불리고 인류의 큰 스승이 되셨던 분들 모두는 사색과 명상을 즐겼다. 내면의 소리 자연의 소리 허공의 소리 더 나아가 우주의 소리가 결국은 영혼과 합일되어 참 존재에 대한 각성을 일깨워주었고 존재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부조리들로 부터는 대자 유를 얻게 해주었다. 또한 깊은 명상 속에서 모든 존재가 그물코처럼 연결되어 만물과 일체가 하나라는 인식까지 일깨워주게 된 것이다. 부처님 당시 인도는 여름철이면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도 높아 탁발을 하기에도 적절치 않았으므로 이 우기에 출가자들이 숲 속이나 정사 등 적당한 장소에서 명상에 전념하며 수행했다. 이런 전통에서 비롯된 하안거가 북방의 나라인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날씨가 더운 여름뿐만 아니라 날씨가 춥고 눈이 쌓이는 등 바깥 활동에 제한이 많은 겨울에도 안거 철이 생기게 되었고 이러한 전통이 한국에 와서는 더더욱 체계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벽안의 수행자로서 그 명성을 알린 하버드석학 출신의 현각스님도 한국 불교승단인 조계종의 하안거 동안거의 수행정진 전통은 전 세계 불교계를 통틀어 그 명맥이 흔들리지 않고 이어져왔을 뿐만 아니라 현 시점 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승가의 수행전통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석가탄신일이 지나고 일주일 후 음력 4월 15일 보름날은 항상 하안거가 시작되는 날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시어 천상천하(天上天下) 시방삼세(十方三世)를 아우르는 깨달음을 펴고 그 가르침을 올곧게 수행정진으로 옮겨 실천하는 기간인 것이다. 정유년도 조계종 산하의 사찰들은 물론이고 많은 절에서 하안거입재가 수승이 치러졌을 것이다. 필자 역시 신 도분들을 위시한 모든 인연들의 무탈함과 진일보한 마음의 자람을 위한 기도제목을 정했다. 살아가는 일이 어려울수록 더욱 정진할 뿐이다./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