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어느새 저물어 간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만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겨울 냄새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계절따라 변화하는 음악 트렌드는 매년 같은 듯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올해는 정 반대의 흐름이 음원, 음반 차트를 점령해 눈길을 끈다.
먼저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인 장르는 '감성'과 '복고'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복고는 아이유, 윤종신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온차트의 2017 가요결산에 따르면 아이유의 '밤편지'와 윤종신의 '좋니'가 디지털종합차트 누적집계에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1위에는 인기리에 tvN 드라마 '도깨비' OST인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올랐다. 이 곡은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장기간 차트 순위권을 지키며 사랑 받았다.
아이유의 '밤편지', 윤종신의 '좋니'는 음원 만으로 트렌드의 한 갈래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리스너들에게 '찾아 듣는 음악'의 가치를 음미하게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은 꾸준히 사랑 받는 콘텐츠다. 지난 3월 '밤편지', 9월 '가을아침'이 수록된 '꽃갈피 둘'을 발매하며 차트에 복고를 입혔다. 물론 그 사이 발표한 오혁과 함께 한 '사랑이 잘'도 감성적 맥락을 같이 했다.
아이유의 감성은 리스너를 사로잡고, 차트를 휩쓸었다.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차트를 사로잡은 그는 트와이스를 제치고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를 빛낸 가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윤종신의 '좋니'는 가을 바람에 힘입어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새로 썼다. 8월 16일 차트 1위에 오른 뒤 44일간 차트 상위권을 순항하던 '좋니'의 인기는 지금껏 식을 줄 모른다.
특히 9월에는 방탄소년단 등의 컴백으로 '빅매치'가 이뤄졌던 터라, '좋니'의 호성적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좋니'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 윤종신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화법이 담겨 더욱 공감을 불렀다. 여기에 이후 발매 된 민서의 답가 '좋아'까지 리스너들을 사로잡으며 '좋니'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윤종신은 그간 꾸준히 '듣는 음악의 힘'을 강조하면서 '월간 윤종신', '리슨' 등을 이어왔다. 만들어진 음악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꾸준히 꺼내 놓는다. 오직 음악 하나로 리스너들과 소통하고자 한 그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좋니'의 성공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그런가하면 음반 차트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방탄소년단, 엑소, 워너원 등이 바로 그 주축이다.
가온차트 결산에 따르면 앨범종합차트 누적집계 1위는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承 Her'다. 2위는 엑소의 'THE WAR'(Korean Ver.), 3위는 방탄소년단의 'YOU NEVER WALK ALONE', 4위와 5위는 워너원의 '1X1=1(TO BE ONE)', '1-1=0 (NOTHING WITHOUT YOU)'가 각각 차지했다.
복고를 중심으로 발라드, 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얻었던 음원 차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음원 차트는 일반 리스너들의 접근이 쉽지만, 음반은 팬들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음반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인기, 대중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방탄소년단이 'LOVE YOUR SELF 承 Her'로 god 이후 16년 만에 120만장을 돌파했다는 점은 화제일 수밖에 없다.
'LOVE YOUR SELF 承 Her'는 지난 9월 단일앨범 월간 판매 기준 120만장을 돌파했다. 이는 2001년 god 4집이 기록한 144만1209장(한국음반산업협회)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음원 차트에서 뒤쳐지는 것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LOVE YOUR SELF 承 Her'의 타이틀곡 'DNA'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 음원차트까지 휩쓸었다. 특히 빌보드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며 북미·유럽 시장 내 K-POP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꿔놨다.
꾸준히 음반 판매량에서 호조를 보인 엑소는 올해도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 7월 19일 발매된 정규 4집 앨범 'THE WAR'는 8월 11일 기준 101만2021장의 판매고를 기록, 앨범 출시 24일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 이는 엑소 사상 최단 기간 내 밀리언셀러에 오른 기록이다.
엑소는 지난 2013년 정규 1집 앨범을 시작으로 2015~2016년 발매된 정규 3집, 4집 앨범 모두 음반 판매량 100만장을 넘었다. 이어 올해 'THE WAR'로 쿼드러플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K-POP에 새 역사를 썼다.
가요계에선 유의미한 기록이다. 엑소가 첫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2013년의 기록은 2001년 이후 12년 만이자, 온라인 음원 시장이 성행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THE WAR'의 경우 리패키지, 중국 음반이 포함되지 않은 단일 앨범으로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엑소는 쿼드러플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면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신성' 워너원의 기록도 놀랍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된 워너원은 음원차트뿐만 아니라 음반차트에서도 상위권을 휩쓸며 높은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침체된 음반 시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린 이들을 두고 '방엑원'(방탄소년단, 엑소, 워너원의 줄임말)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음원을 넘어 음반까지 호성적을 기록한 것은 대중성과 팬덤을 모두 잡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