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KT연수원에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제1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개회사를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규제·제도 혁신을 위한 해커톤을 개최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규제혁신을 위해 토론하는 장을 만들기 위한 4차산업혁명위의 첫 행보다.
21일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KT연수원에서는 '제1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이 열렸다. 1박2일 동안 열리는 이번 해커톤에서 참가자들은 주제별로 3개 조로 나뉘어 총 11시간 30분에 걸친 끝장토론을 벌인 뒤 규제 혁신을 위한 초안을 만들 예정이다. 4차위 위원들이 주제별 토론의 좌장을 맡고 민간 토론 진행 전문가인 퍼실리테이터들이 다양한 토론기법을 지원한다.
해커톤은 IT업계에서 개발자들이 모여 정해진 기간 동안 프로그래밍을 통해 작동 가능한 프로토타입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드는 작업이다. 정해진 기간 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이후 다양한 보완과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 제품을 만들어낸다. IT업계 경험이 긴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은 이러한 해커톤 문화를 도입해 정부가 민간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규제 혁신을 논의할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장병규 위원장은 "정부는 결론을 정해놓고 일을 추진하는 탑다운 방식에 있어 어느 곳보다 뛰어난 효율성을 갖춘 전문가 집단"이라면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의견을 수렴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바텀업 방식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해커톤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정답을 빨리 찾는데 치중하기보다 지속적·반복적인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고 진정성 있는 조정과 중재를 통해 규제 개혁의 정답을 찾아가자는 것.
장 위원장은 "4차위는 정답을 찾는 주체가 아닌 정답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주체가 되겠다"며 "각 주체와 집단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타협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개방형 집단이기주의'라고 규정했다. 장 위원장은 "각 업계마다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서로가 그를 인정하며 토론에 나선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해커톤에서는 이해관계자 사이 논란이 있고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핀테크 ▲위치정보보호 ▲혁신의료기기 등 3개 의제가 다뤄진다. 핀테크에서는 핀테크 혁명을 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토론 좌장을 맡은 구태언 4차위 위원은 "유럽연합(EU)의 경우 2007년부터 지급결제서비스지침(EU-PSD)을 시행 중"이라며 "6대 금융협회와 금융위, 금감원, 핀테크 업계가 참여해 국내 도입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EU는 금융정보에 대한 권리가 고객에게 있다고 판단, 고객이 승인할 경우 제3자가 금융기관의 계좌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PSD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위치정보보호법 관련해서는 방통위와 연구기관, 네이버 등 업계 관계자들, 학계 등이 참여해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관련 산업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혁신의료기기 주제 역시 기존 제도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신제품을 어떻게 육성, 관리할지 다룰 예정이다.
시간이 짧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토론에 앞서 약 한 달 동안 좌장의 발제와 의제 구체화, 토론 계획 수립 등 숙의과정도 거쳤기에 1박2일이 합의된 초안을 도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 4차위의 설명이다. 또한 향후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이행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해커톤에서는 공인인증서, 라이드쉐어링 문제도 다룰 예정이었지만, 공인인증서 관련 부처와의 일정 조율, 택시 업계의 불참 등으로 미뤄졌다. 특히 라이드쉐어링의 경우 토론을 통한 조율과 합의를 기대했던 스타트업계에서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장 위원장은 "공인인증서와 관련해서는 내년 1월 1.5차 해커톤을 열기로 합의됐다. 각 부처의 일정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드쉐어링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는 국민 여론이고 수렴에 인내가 동반된다. 택시 업계가 아예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니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해커톤이 효과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택시 업계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민 여론이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