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반대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최초로 임단협 교섭으로 해를 넘기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전체 조합원 5만890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자 4만5008명(투표율 88.4%) 가운데 2만2611명(50.2%)이 반대하며 합의안은 부결됐다.
임금 인상률이 예년에 비해 낮은 것이 부결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금 300% + 28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안에 잠정합의했다. 지난해 최종 합의안인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350% + 33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 ▲현대차 주식 10주 지급 등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임금인상 폭이 줄어든데 따른 불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합의가 성공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올해 19차례 걸친 노조의 파업과 특근거부로 6만2600여대, 1조3100억원에 이르는 생산차질을 겪었고 중국의 사드보복과 미국 판매 부진을 겪으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 시장은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현대차 노조라도 눈에 보이는 회사의 고통분담에는 나설 것으로 기대했었다.
현대차 노조는 성탄절 직후인 26일 교섭팀 회의를 열어 새로운 협상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사 모두 최대한 빠른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말을 제외하면 올해 남은 날이 나흘에 불과해 연내 임단협 타결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로 기아차 역시 임금협상 타결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차는 노조에 ▲기본급 5만5000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300% + 2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하고 교섭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만약 현대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면 기아차 노조 역시 협상 합의에 무게를 뒀을 것"이라며 "현대차의 잠정합의 부결로 기아차 노조가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요구 수준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