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네이트(UAE) 방문 의혹과 개헌 등을 두고 여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1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대립각을 세우며 단 한 차례의 본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강조해왔던 '협치(協治)'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임시국회가 난항에 빠지면서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는 미뤄지지 못하고 있어 이들 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여야는 26일에도 지난한 공방만 되풀이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소속 의원 20명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실장 UAE 방문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제천 화재 참사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견문에서 "청와대가 진실을 은폐하는 'UAE 원전게이트'에 대해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촉구한다"며 "국민적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일파만파 증폭되는 UAE 원전게이트 국정조사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즉각 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체 진상 조사단 파견 문제는) 조만간 판단하겠다. 청와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근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연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개헌은 지방선거에 곁다리로 끼워 넣을 수 있는 땡처리식 패키지 여행상품이 아니다. '문재인 개헌'을 위해 '국민개헌'을 걷어찬 문재인 정권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정략적 개헌이 철회될 때까지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발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22일 예정된 본회의를 일방 무산시킨 데 이어 우리의 과감한 양보에 비해 지나치게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문제를 풀 열쇠는 자유한국당이 상식과 순리대로 약속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말 임시국회 민생입법까지 볼모 잡는 한국당의 개헌 특위 연장에 대한 원칙은 하나"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개헌을 선거 유불리에 악용하지 말고 지난 대선 때 국민에게 했던 대로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약속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에 대해 '방어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청와대는 이날 '적극적 대응'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이날 바른정당 오신환 원내대표·지상욱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예방차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 많은 의혹이 생산되고, 또 확대 재생산돼서 정치적 이슈처럼 불거지는 것에 대해 굉장한 우려가 있다"며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UAE 방문 의혹 관련 "(정치권의 설명 요청이 있을시) 정치적 쟁점이 아닌 국익 차원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자면 못할 게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같은 대응 방법 선회는 방어적 대응으로 인해 UAE 왕가 비자금 관련설, 리베이트 마찰설 등 각종 의혹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한 수석은 이 자리에서 "지금 대법관 후보자 두 분과 감사원장 후보자, 32건의 민생법안이 걸려있다"며 "급한 것은 어떤 의혹 제기나 문제 제기가 아니고 대법관·감사원장 공백 상태 해소와 주요 민생법안의 처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