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첫 리사이틀 "베토벤·드뷔시·쇼팽의 곡으로 꾸미는 조화로운 연주"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을 뿐이죠."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 쇼팽 콩쿠르에 출전했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가 첫 전국 피아노 리사이틀(연주회)투어에 나선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서울과 통영, 대구에서 공연을 가졌지만,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7일 부산을 시작으로 10, 11일 서울, 13일 전주, 14일 대전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4일 오전 예술의전당에서는 열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투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성진은 "첫 전국 투어라 기대된다. 쇼핑 콩쿠르 직후에 시간적·물리적인 여건이 되지 않아 한국에서 공연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올해에는 한국에서 전국 투어를 비롯해 9월, 10, 11월에도 연주 기회가 있다. 더 많은 연주 기회가 생겨 기분이 좋으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 대중들에게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자'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클래식계에서는 일찍이 가장 주목 받는 피아니스트였다.
2005년, 나이 11살 때 첫 독주회를 가졌고, 2009년에는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과 협연하였다. 2009년, 제 7회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자의 영예를 얻었으며, 이후 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와 2014년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제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빛나는 1위를 차지한 것.
이번 전국 투어의 프로그램은 베토벤 소나타로 시작해 드뷔시, 쇼팽의 곡순으로 연주된다. 1부에는 베토벤 초기와 후기 작품 8번과 30번을 나란히 배치했고, 2부에서는 지난해 11월 전 세계 동시 발매한 새 앨범 '드뷔시' 수록곡 중 영상(Image)을 들려준다. 끝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곡은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이다.
"베토벤은 평소 굉장히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예요. 연주를 하다보면, 예상 밖의 화성을 악보에서 발견할 때가 많은데 어떻게 그런 곡 전개를 생각했는지 감탄이 터져나오죠. 그리고 드뷔시는 지난해에 연주 녹음을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쇼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조성진은 지난해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부터 최근까지의 근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여행을 다닌 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베를린에 있었던 시간은 한달 조금 넘는다"며 "베를린에서는 주로 집에 있는데, 평범하게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 시간에 대해서는 "체력적인 안배를 위해 하루에 연습을 네 시간 이상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네 시간 이상 피아노를 치면 어깨나 손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단기적인 리사이틀을 준비하는 것 외에도 30대에 연주할 것까지 미리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인터뷰에서 30대가 되면 브람스의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밝힌 것.
이에 대해 "브람스를 좋아하지만, 이제까지 그의 곡을 연주한 적이 많지 않다. 30대라고 굳이 말했던 건 조금 더 그 예술가를 연구한 뒤에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체중과 소리는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브람스 곡을 연구하려면 조금 더 몸무게가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미 2018/19시즌까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많은 협연이 예정되어있는 조성진. 이미 클래식계의 스타이지만, 그는 겸손하고 묵묵히 연주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보다는 더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외국에서 리사이틀을 할 때 인종차별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동양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은 존재하는 것 같아요. '동양 연주자는 이럴 것이다'라는 선입견인데 그걸 깨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 젊은 세대가 그런 선입견들을 안느꼈으면 좋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