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받아야 한다는 기사 보고 왔는데 정작 센터엔 배터리가 없대요. 1시간 기다려 들은 대답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여서 그냥 포기하려구요."
"배터리 재고가 없으니 기다렸다가 AS접수와 배터리 주문을 하고 나중에 다시 오래요. 언제 될지는 모른다고 하네요."
"어제 배터리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오늘은 없네요. 여기서 직원 붙잡고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 가운데 한 곳인 유베이스 종로점에 아이폰 사용자들이 배터리 교체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임언주 인턴기자
아이폰 사용자들은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서울시내 주요 애플 공식 AS센터를 방문한 이들은 애플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허탈한 감정만 내비쳤다. 소비자가 어떤 대응을 해도 애플은 변하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엿보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조아람씨는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유베이스 종로점을 찾아 30분 이상 기다렸지만 사용 중인 아이폰6 배터리를 교체하지 못했다.
조씨는 "배터리 재고가 없는데도 센터에 방문해서 AS접수를 하고 배터리를 주문한 뒤에 다시 와서 교환하라고 한다"며 "언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황당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배터리를 교체하라는 안내문을 올렸지만, 개별 사용자에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의 연락을 취하진 않았다. 홈페이지에서 AS센터별 배터리 재고 현황 등을 안내하지도 않기에 사용자들은 각자 AS센터를 방문해 직접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친구와 함께 유베이스 종로점을 찾은 백모씨는 "교체 절차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너무 불편하다. 더 이상 애플을 믿지도 못하겠다"며 "배터리 교체 없이 쓰다가 안드로이드로 옮기겠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같은 시간 유베이스 프리스비 홍대점에서도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이어졌다.
직장인 박모씨는 "외근을 나온 김에 들러봤다. 점심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하기에 기다리질 못하겠다"며 "다른 일로 왔을 때는 지금보다 인력이 많았다. 이만한 일이 생겼는데 직원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그는 iOS 업데이트 이후 아이폰6 플러스가 이상해졌다고 토로했다. 업데이트 직후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빨라졌고 잔량 50% 미만인 경우 언제 갑자기 꺼질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불만이야 많지만 여기서 직원한테 따져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 애플 직원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애플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집단소송에 참여를 신청했지만 그런다고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실제 소송에 갈지는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교체 접수를 위해 대기 중인 아이폰 사용자들. /노수아 인턴기자
아이폰6S를 사용하는 신모씨도 4일 투바 성신여대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배터리 잔량이 80%였는데 밖에서 사진을 찍으니 갑자기 아이폰이 꺼졌고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경고도 나왔다"면서도 "(언제 교체 가능할지 모르고) 애플이 안내도 하지 않았기에 교체하지 않고 그냥 쓰려는 사람도 많다. 소송을 한다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한숨을 쉬며 털어놨다. 소비자 불편에도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가 담긴 모습이었다.
4일 메트로신문이 방문한 AS센터들은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올레 AS센터는 "배터리 교체에 대해 답해줄 수 없다"며 "고객 인터뷰도 허용할 수 없다"고 기자를 막아섰다. 다른 센터들 역시 "건물 내에서 인터뷰와 사진 촬영 등은 불가하다"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애플코리아에 문의하라"고 사용자들과의 접촉을 막았다.
아이폰 이상 증상에 대해서도 "핸드폰 성능저하가 배터리 때문이라는 기사가 나간 부분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부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교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배터리 상태가 걱정된다면 3만4000원을 내고 교체 신청을 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S센터 역시 고달프긴 마찬가지였다. 한 AS센터 관계자는 "(문제인 것은 알지만) 애플이 갑이라 어쩔 수 없다"며 "배터리가 언제 올지도 모르겠다. 애플코리아가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또 다른 AS센터 관계자는 "센터마다 보유한 배터리가 전부 동났다. 모든 기종을 합해도 배터리 10개를 가진 센터가 없다"면서 "둘째 주 배터리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AS센터들의 관측이다. 애플코리아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