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절대수익을 낸다'는 한국형 헤지펀드.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지 올해로 7년째 접어들었다. 헤지펀드는 12조원대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며 자금 블랙홀이 됐다.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관과 초고액자산가의 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트렉레코드(운용성과)가 쌓이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8일 NH투자증권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12조 4606억원을 기록했다. 11월 말 12조 4472억원보다 감소했다.
개별 헤지펀드 설정액은 NH앱솔르투와 '삼성 다빈치 1호'의 설정액이 각각 4524억원, 4044억원으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헤지펀드가 대안 투자처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지난해 6조원 규모의 자금이 이탈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자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것.
헤지펀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생 운용사도 우후죽순 등장해 헤지펀드 운용사 수는 107개까지 늘어났다.
자금 블랙홀은 교보증권이다. 교보증권 헤지펀드 95개의 순자산 총액(설정액+운용이익)은 지난달 말 기준 1조5553억원으로 업계 1위다.
여기에 2015년 10월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진입 문턱이 낮아진 것도 주효했다. 헤지펀드 운용 요건이 자기자본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됐고, 투자 최소금액도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결과 시장에 새로 뛰어든 헤지펀드 운용사가 크게 늘고 자산가들의 투자도 증가했다.
운용사들의 투자 실적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컸던 펀드는 '트리니티 멀티 1호'로 107.71%에 달했다.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인 멀티 스트래티지(Multi-Strategy)을 쓴 '브로스 형제 R'도 50.76%에 달했다.
롱숏 전략을 쓰는 DS자산운용의 '디에스진(珍)과 디에스 정(正)은 각각 51.99%, 50.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랫폼 액티브메자닌 1호'와 '플랫품 액티브메자닌 2호'도 각각 94.71%, 38.47%의 수익률을 냈다. 이들 펀드는 피스트 인컴, 메자진 전략을 쓴다.
기업공개(IPO) 전략을 쓰는 '파인밸류 IPO플러스'와 '아이온 니케 HNW 1호'도 각각 30.96%, 24.79%의 수익률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는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렉레코드가 쌓이는 만큼 한국형 헤지펀드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한국형 헤지펀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전문인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운용인력들의 전문성이 확대됐지만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한국형 헤지펀드가 퀀텀점프를 하려면 보다 다양한 운용 전략 구사가 가능해야 하고, 규제 일변도의 정책 패러다임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미적미적한 태도도 헤지펀드에는 아픈 부분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부터 참여를 했지만 아직 업계가 만족할 만한 투자는 없는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 투자 방식을 참고하는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