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오른쪽)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올해 보험업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다수 보험사가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거론되는 가운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가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과거 보험사는 비싼 몸값으로 인해 M&A 거래가 다수 불발됐지만 이번에는 매수자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업권 재편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올해 그룹 내 취약점으로 꼽히는 KB생명을 보강해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탄탄하게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KB생명은 자산규모가 9조원 가량으로 업계 내 하위 수준이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좋은 매물(생보사)을 확보하기 위해 연일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 KB금융, ING생명 인수땐 업계 5위로 '껑충'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구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윤 회장은 "시장에서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 부분을 보강했으면 한다"며 "보험을 포함한 금융업 보완을 구상 중이고, 국내외에서 좋은 물건이 적당한 가격에 나오면 가능성을 열고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해당 발언에 시장에선 KB금융그룹이 또 한 번 ING생명 인수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ING생명은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지분율 59.15%)인 탓에 언제든 시장 매물로 나올 수 있고 공교롭게도 MBK파트너스가 ING그룹과의 계약으로 올해까지만 ING생명이란 이름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에선 ING생명을 잠재적 매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2년 ING생명이 시장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전에 한 차례 참여한 바 있다. KB금융이 자산규모 31조원가량의 ING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계열사인 KB생명과 합병을 통해 약 40조원대 대형 생보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단숨에 업계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간다.
다만 일각에선 ING생명이 매물로 나온다해도 높은 인수가로 KB금융이 이 외 다른 매물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KB금융은 지난 2012년 ING생명 인수전 당시 2조원대의 가격이 부담돼 협상을 포기했다. 시장에선 현재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가치를 3조원 안팎으로 책정하고 있다. 때문에 악화된 재정건전성으로 꾸준히 매각설이 나온 KDB생명이 KB금융으로선 차선책으로 꼽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인수가에도 불구 윤 회장이 직접 생보사 M&A를 거론한 만큼 ING생명이 매물로 나올 경우 KB금융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손보 없는 신한금융, M&A로 시장 진출 모색
KB금융그룹과 함께 국내 양대 금융지주로 꼽히는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 인수설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롯데손보가 시장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에 손보 부문이 부재한 신한금융그룹이 관심을 갖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신한금융과 롯데손보 모두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 3일 열린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M&A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에 뛰어들 의사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롯데손보 인수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은 물론 증권, 생명보험, 카드 등 업계 순위권을 다투는 신한금융에 있어 손보사 부재는 금융사업 구상의 난관으로 작용한다. 또 롯데손보로선 롯데그룹이 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하는데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호텔롯데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을 최대 4년 안에 정리해야 하는 등 양측의 이해가 잘 맞아 떨어진다. 롯데그룹으로서도 롯데손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성으로 업계 하위권을 면치 못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MG손보가 악화된 재정건전성으로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신한금융의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며 "M&A를 통한 손보 시장 진출이 가장 손쉽다는 점에서 신한금융으로선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